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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로 간 기업인]업종 뛰어넘은 사외이사의 조건④‘전문분야 달라도 통찰은 통한다’ CEO 경험 높이 평가…지분 관계 속 인사교류도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09 08:13:41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13시53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직접적 업종 전문성은 무관해 보여도 이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영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들이 있다. 사외이사로 소속된 회사 사업에 정통하진 않지만 현직 활동을 하던 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거나 위기를 극복한 CEO 출신들은 타 기업 사외이사로 환영받았다. 이들의 경영 통찰력이나 의사결정 감각은 복잡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전략적 선택을 내리는 데 실질적인 나침반이 되어준다.

이 밖에 사외이사가 기업과 맺는 인연은 꼭 전문성이나 경영 능력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회사 간 지분 관계에 따라 상호 이해관계를 조율하거나 우호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 아래 이사가 선임되기도 한다. 이른바 ‘지분 기반 사외이사’는 때로는 전략적 아군으로, 때로는 조정자 혹은 연결고리로 이사회 내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사업 연관성 없어도 '기업경영 경험' 우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모신 케이스들도 많았다. 이는 CEO 출신 인사들이 경영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사회 운영에 대한 풍부한 인사이트를 갖춘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채은미 SKC 사외이사는 화물운송을 하는 페덱스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분야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하는 SKC와 뚜렷한 사업적 접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SKC는 채 이사의 선임 배경을 놓고 “국내 외국계 기업 대표 여성 리더로써 다년간의 글로벌 기업 CEO 경험과 경영, 사회 이슈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여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사외이사로 선임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포스코퓨처엠이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도 뚜렷한 사업적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 다만 두 인물 모두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입지전적 CEO로 평가된다.

박 이사가 2013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SK하이닉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기술 리더십은 SK하이닉스의 성장을 이끄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이사의 경우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0년대 초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조직 안정의 성과를 인정받아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바꾼 다음에도 대표직을 유지한 바 있다. 마케팅, 생산, 전략 뿐 아니라 CFO를 맡은 경력이 있는 재무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분 기반 사외이사’, 양사 연결고리전략적 아군·조정자 역할도

회사와 회사 간 지분관계에 의해 사외이사로 영입된 인물들도 있다. 실제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 명단에는 주주사 출신 인사가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경영 참여보다는 신뢰 관계 유지, 정보 교류, 투자 안정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경우다.

하나금융그룹과 코오롱그룹 사이가 대표적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에는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하고 있고 코오롱글로벌 사외이사에는 하나금융지주 CFO 출신인 이후승 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있다.

두 회사의 인연은 약 30년 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오롱그룹은 하나은행이 보람은행을 인수합병했을 때 보람은행의 주요 주주였고 합병 이후에는 하나은행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보람은행 덕분에 맺어진 인연은 2004년 코오롱캐피탈(현 하나캐피탈) 매각 덕분에 더욱 견고해졌다. 2018년엔 하나금융지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참여해 현재(2024년 12월 말 기준) 6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양사는 2004년 이후 꾸준히 각사 경영인들을 상대방 사외이사로 보내며 서로 든든한 아군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넷마블 사외이사인 황득수 현 CJ E&M 엔터테인먼트부문 CFO을 통해 넷마블과 CJ ENM 사이의 돈독한 관계도 눈길을 끈다. CJ그룹은 20년 전인 2004년 당시 방준혁 의장이 보유한 넷마블 지분 21.7%를 800억원에 사들이며 넷마블을 인수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2014년 말 방 의장이 넷마블을 들고 독립한 이후에도 CJ ENM은 넷마블 지분을 보유하면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넷마블은 상장을 앞두고 2016년부터 사외이사를 선임했는데 넷마블 사외이사 구성에서 CJ 출신 인사가 빠진 적이 없다. 넷마블과 CJ ENM의 주주 간 계약에 따라 CJ ENM이 추천하는 인사를 최소 1명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인 김춘수 유진기업 전 대표와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윤입섭 전 KB생명·하나생명 대표 등도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라는 독특한 지배구조에 의해 사외이사로 추천된 인물들이다. 1998년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정부 소유가 된 우리금융은 민영화 과정을 추진하면서 통매각을 시도했으나 워낙 몸집이 큰 탓에 잘 팔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분을 쪼개 팔면서 4% 이상 지분을 가져가는 주주에게 경영참여권을 부여하는 ‘과점주주’ 체제를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2016년 5대 과점주주 체제를 시작했고 크고 작은 지분 변화 과정을 거쳐 현재 과점주주 4곳(한국투자증권·현대푸본생명·키움증권·유진PE)이 우리금융 경영에 참여 중이다. 보통 각 기업 내 ‘믿을맨’을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보내는 만큼 유수의 기업인 출신들이 우리금융 이사회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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