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언택트]국민은행, 상업은행 못지 않은 캄보디아 프라삭④코로나19 불구 경쟁력 '굳건', 현지 경영진 중용 전략 '통했다'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10 14:05:47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굵직한 딜을 꼽으라면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빠지지 않는다. 장기간 현지 경영진과 금융당국에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신뢰를 준 결과가 빛을 발했다.캄보디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주요 산업이 흔들리고 고객들의 상환 능력도 취약해졌다. 그럼에도 프라삭은 1995년부터 이어진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시중은행 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지 경영진을 그대로 중용하면서 프라삭의 노하우를 120%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관광·봉제·건설업 중심 국가, 코로나19에 차주 취약화
국민은행은 오랜 기간 프라삭 지분 인수에 공들여왔다. 2016년 지분 인수 검토를 시작한 만큼 주주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협상 결렬 등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프라삭 주주, 경영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4년 만에 지분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경영진과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최창수 글로벌사업그룹 대표와 담당 부장은 일정이 없는 주말에 따로 시간을 빼 현지 CEO와 지방점포 등 영업현장을 순회했다. 현지 경영진과 격식을 차리지 않고 끈끈한 관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도 수 차례 방문해 총재, 부총재, 인허가 담당 국장, 부국장 등과 대담을 나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 경제 발전을 위한 외국 금융사로서 기여할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등 사전에 친분을 충분히 쌓은 게 큰 힘이 됐다"며 "최창수 글로벌사업그룹 대표와 현지 중앙관료들은 SNS로 의견을 나누는 사이까지 발전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성공적으로 프라삭을 인수했지만 캄보디아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캄보디아 산업은 크게 관광, 봉제, 건설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들 부문의 GDP 기여율은 71.5%에 달한다. 종업원은 봉제 및 신발산업이 100만명으로 가장 많고 관광업(62만명), 건설업(20만명)이 뒤를 잇는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여행사업자, 자영업 및 봉제공장이 임시로 문을 닫거나 제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이다. 해당 산업 종사자의 소득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자 상환능력을 높이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와 중앙은행도 타 국가처럼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환 의지가 있는 고객을 선별해 4월부터 대출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내도록 유도하는 '리스트럭처링 론(Restructuring loan)'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출 이자나 수수료 일부를 완화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금융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유동성조절자금(달러 담보 크메르 리엘) 융자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은행의 예금·차입금의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비율을 인하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도 병행한다. 아울러 임시로 영업을 중단한 봉제산업 종업원 15만명에게 정부 보조금 지급을 계획 중이며, 취약한 60만가구에 월 30달러씩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까지 10년간 7%대 성장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4% 역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프라삭, 친서민 이미지+압도적 M/S+현지인 중심 경영 '경쟁력'
국민은행은 올 4월 지분인수 거래를 완료하고 국민은행 경영진과 실무자를 프라삭에 인수관리(PAM, Post Acquisition Management)팀으로 파견했다. 마침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시점이었던 터라 애로사항이 많았다.
김학수 캄보디아 프라삭 법인 CFO(사진)는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 국민은행 인수관리팀이나 새 가족을 맞이하는 프라삭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다"며 "양사 주요 경영진이 킥오프 미팅을 진행한 뒤로는 현지 직원들과 한 마음으로 회사 발전과 코로나19 영향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진출 시점이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주요 고객들의 소득수준이 약화됐다. 이들의 상환 능력이 취약해지자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 전반적으로 대출금액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럼에도 프라삭은 리스크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대출과 예금 부문 모두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 올해 경영 계획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프라삭만의 경쟁력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프라삭은 자영업자, 농가 등에 금융 지원을 잘해주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친서민적 이미지와 더불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다.
김 CFO는 "같은 산업 내에서 대출 및 예금 부문에서 약 35~4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 선구자'로 인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영진의 경영 능력도 우수하다. 대다수가 과거 신용협동조합 시절부터 재직한 만큼 현장과 고객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CEO가 주축이 된 철저히 현장 중심에서 일사분란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프라삭은 1995년 우리나라로 치면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NGO 단체로 출범해 현재는 여수신이 가능한 소액대출금융기관(MDI)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상업은행 못지 않은 대형 마이크로파이낸스로 성장시켰다는 경영진의 자부심과 로열티도 큰 자산이다.
국민은행은 이런 문화적 특징을 살리고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현지 경영진을 그대로 중용했다.
그는 "본부의 관리가 어려운 지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13개 지역본부장, 구석구석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관계지향적인 영업을 하는 180개 점포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기존 경영진과 지역본부장, 점포장 약 240명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인의,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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