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없는' 사모펀드 감시, 난감한 증권사 PBS 행정지도 실행 위한 인프라 미비..."감독당국 등 소통의 장 필요"
이효범 기자공개 2020-11-02 07:22:2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에 감시 임무를 부여받은 증권사 프라임브로커(PBS)들이 난감한 처지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올해 8월부터 감시 업무를 시작해야 하지만 뚜렷한 지침이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 PBS들도 처음 시도하는 업무라 유관기관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말 '사모펀드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행정지도(안)'를 내놨다. 사모펀드의 건전한 운용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판매사 수탁기관의 운용사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펀드의 운용과 판매 관련 불건전영업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취지다.
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사모펀드에 대한 수탁기관에 감시·견제 기능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펀드운용 감시와 자산내역 대사로 나뉜다. 수탁기관은 펀드 신탁업자로서 펀드 운용사의 운용지시를 이행하는게 기본적인 역할이다.
신탁업자 역할을 하는 PBS는 그동안 사모펀드 운용을 감시해야 할 법적인 책임은 없었지만 행정지도에 따라 이같은 임무를 부여받았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에 대한 수탁사의 감시 의무가 다소 느슨해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드러난 법망의 허점을 행정지도로 보완한다는 취지다. 옵티머스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내놓은 조치다. 행정지도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내년 7월까지다.
펀드운용 감시의 핵심은 운용지시 이행 과정에서 부당한 펀드 운용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집합투자규약에 적합한 자산편입 및 차입 여부와 함께 운용사의 불건전 영업 행위 등도 감시해야 한다. 또 신탁업자는 매월 1회 이상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재산 목록 등 펀드의 자산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유무 점검하고 증빙자료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이같은 행정지도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가령 증권사 PBS가 사모펀드 운용사의 운용지시가 적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집합투자규약 등과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운용지시가 발생할 때마다 PBS 소속 인력이 이같은 대조작업을 직접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도 발생할 뿐더러,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어떤 형태로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할지가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더욱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주식 등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의 투자자산 범위는 훨씬 넓다. 전산화를 위해서는 비상장자산도 표준화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투자하는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들은 상장주식과 같이 표준화된 코드로 분류돼 있지 않다"며 "전산화를 위해서는 업계 차원에서 표준화된 양식을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를 추진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행정지도에서 매월 1회로 지정돼 있는 자산내역 대사도 주기가 짧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산내역 대사 역시 시스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PBS에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사 PBS는 행정지도 실행방안을 찾으려고 공동대응하고 있다. 특히 실무진들은 정기적인 회의를 실시하며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뚜렷한 윤곽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무차원에서 사모펀드 감시를 실시하기 위해 감독당국의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비효율적인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며 "수탁기관들의 업무가 과부하 되고 있는 상황으로 협회나 감독당국이 행정지도를 이행하는 실무진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PBS가 대응방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수탁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수탁은행들이 펀드 수탁을 꺼리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PBS는 기존 영업관계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수탁은행을 매칭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자산내역대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난 9월부터 사모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PBS 마저 신규수탁을 접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탁기관이 감시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운용지시가 왔을때 일일이 대조해야 하는데 그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며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령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완료하는데 까지 발생하는 공백을 행정지도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증권사들이 감시 의무를 이행하는데 혼란을 겪는 건 이같은 과도기에 있기 때문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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