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운용사 열전]'가족회사' 리치먼드운용, 성장세 제동걸리나'길영우 회장→리치먼드인베→리치먼드운용' 지배구조…펀드 설정액 수년째 5000억 안팎
이효범 기자공개 2020-11-05 13:08:49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길영우 회장이다. 그는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운용사를 지배하는 동시에, 운용사 대표이사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길 회장 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들도 운용사와 주주사에 이사진으로 포진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리치먼드자산운용은 지난 10여년간 5000억원 안팎의 운용자산을 유지하면서 영업실적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국내 핵심지역의 업무용빌딩 투자보다 수도권 내 개발사업에 대한 대출투자, 멀티플렉스를 인수하는 펀드를 주로 설정했다. 다만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같은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 최대주주...길영우 회장 등 특수관계인 경영 참여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로 지분율 92.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7.7%는 미래에셋대우가 들고 있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가 운용사 주주로 진입한 건 10여년 전이다. 당시 이 운용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훨씬 많았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영업보고서 상 확인 가능한 2010년말 기준 주주는 지분 35%를 보유한 대주주 행정공제회를 비롯해,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34.6%), 대우증권(7.7%), 마이어어드바이저스(7.7%), 이근경 당시 대표(7.7%), 소액주주 7명(7.3%) 등이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는 2010년 기존주주들의 주식을 넘겨받아 지분율 34.6%를 확보하면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최대주주였던 행정공제회와 맞먹는 지분율이다. 이후에도 기존주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2012년말 지분율을 55%로 늘렸고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했다. 주주들도 행정공제회, 대우증권 등 소수주주만 남게 됐다.
한동안 주주구성에 변화가 없다가 2018년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는 행정공제회 지분 마저 사들이면서 지분 92.3%를 확보, 리치먼드자산운용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요약하면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가 2012년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지배력을 강화해 온 셈이다.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96년 설립된 법인으로 재개발사업 시행, 부동산 임대업과 함께 농산물 및 식음료, 견과류 및 차류 제조와 판매업 등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길 회장으로 그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과 함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생인 길 회장은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그는 10여년간 걸어 온 행정공무원의 길을 접고 한신공영, 대림산업 등 건설사를 거쳤다. 1980년대 중반에는 캐나다로 이주했다. 10여년 뒤인 1998년 다시 돌아와 미래로정보통신,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 마이어자산운용(현 리치먼드자산운용) 등을 설립했다.
특히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와 리치먼드자산운용은 사실상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대표이사와 최대주주 등이 캐나다 국적이라 외국투자법인으로 분류된다. 리치먼드자산운용 대표는 길 회장이다. 그의 삼남인 길건용 씨가 해외투자팀장을 맡고 있는 동시에 사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길 회장과 그의 자녀가 이사회 내 이사진의 과반을 형성하고 있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의 최대주주인 리치먼드인베스트먼트 역시 길 회장의 자녀가 이끌고 있다. 장남인 길성용 씨가 대표이사에 올라 있고, 특수관계인인 길소희 씨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길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이사회 멤버 3명 중 2명을 차지한다.
◇개발사업 대출, 멀티플렉스 등 주로 투자...코로나19 여파, 올 상반기 순손실
리치먼드자산운용은 설립 초기 해외투자를 활발하게 실시했다. 2008년 6월 '리치먼드사모괌투몬베이부동산투자신탁제1호'를 설정해 괌 투몬베이 소재 면세상가 개발사업에 대출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멕시코 소재 자원개발회사의 지분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했으며,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대출하는 펀드를 잇따라 설정했다.
국내에서도 실물투자 보다는 개발사업에 대출을 실시하는 펀드를 주로 운용했다. 경기도 양평균 소재 휴양콘도미니엄 개발사업,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아파트 개발사업, 인천 송도 공동주택 개발사업, 부산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 개발사업, 경기도 용인 수지 성복동 주상복합 개발사업 등으로 다양했다.
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10호까지 설정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청산했고, 현재 운용 중인 펀드들도 있다. 주로 멀티플렉스를 펀드로 매입한뒤 시설을 임대하는 형태로 펀드를 운용한다. 멀티플렉스는 영화관을 비롯해 식당, 쇼핑시설 등이 통합돼 있는 복합건물이다.
올 초에는 제주도 서귀포 중문단지 소재 신세계조선호텔 개발사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투자,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리테일 우선주를 매입, 대구 신천동 공동주책 개발사업 토지계약금 대출 펀드 등을 조성했다.
리치먼드자산운용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4237억원이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359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 유형은 특별자산펀드로 설정액은 549억원이다.
2019년말 펀드 설정액은 6532억원으로 최근 10여년간 연말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그동안 리치먼드자산운용은 펀드 설정액을 5000억원 안팎에 형성해 왔다. 큰폭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운용자산을 늘리기보다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추세를 이어왔다.
꾸준히 펀드를 설정하고 투자금을 집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 2015년부터 영업수익을 거의 매년 확대하고 있다. 급격한 성장은 아니지만 완만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2015년 40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은 2019년 82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같은기간 순이익은 2억원에서 31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최근 들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영업수익을 9억원 창출한데 그쳤고, 그 결과 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이 기간 발생한 펀드 운용보수는 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리치먼드자산운용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낸 적은 거의 없다. 2017년 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채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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