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패러다임 변화]'2세 지분 확대' 이랜텍, 적대적 M&A 의식했나이해성 사장, 현금 대여·상여금 활용…CB 콜옵션·개인회사도 주목
조영갑 기자공개 2020-11-06 08:33:53
[편집자주]
2차전지 배터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에 안전성 높은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가 주도할 패러다임 전환에 발을 담갔다. 더벨은 변화에 대처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이랜텍'이 승계 작업에 착수하면서 오너 2세 이해성 사장의 지분 확대 방식에 이목이 쏠린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이세용 회장의 지분을 수증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설립했다고 알려진 이 사장의 개인회사도 눈길을 끈다.이 사장은 2006년 10월 이랜텍에 입사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유학 후 부친의 부름을 받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증여 시점이다. 이 회장은 이 사장이 입사한 이듬해 101만3200주를 증여했다. 지분율로 따지면 9.11% 수준이다. 당시 26세였던 이 사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여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08년 증여를 취소하고 100만주를 다시 되돌려 받았다. 주가 흐름과 증여세 이슈 탓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이 본격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은 2010년이다. 2010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1만3200주(0.12%)에서 75만3940주(5.61%)로 증가한다. 지분을 확대한 방식 등에 대해선 정확한 사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단기간에 주식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아 이 역시 증여로 보인다. 이는 이 사장이 2011년 보통주 25만주가량을 '국세물납(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으로 대납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 이 사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자신의 지분을 점진적으로 늘렸다.
변곡점은 2013년 11월경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이 과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정호원 씨가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단번에 주요 주주로 부상했다. 약 90만주를 매집한 정 씨는 지분율 5.81%로 이 회장 부자에 이어 3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정 씨의 인적사항에 대해 1968년생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VC업계 관계자는 "소버린과 칼 아이칸 등 투기자본이 SK와 KT&G에 대한 적대적 M&A를 감행하고 떠난 뒤 업계에선 (적대적 M&A에 대한) 공포감이 퍼져 있었다"면서 "이 회장 역시 갑자기 나타난 투자가에게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이 회장은 2015년 8월 한국거래소에서 샘표식품, 대덕전자 등의 오너와 함께 적대적 M&A 시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씨는 2017년부터 주가 흐름을 활용해 다시 이랜텍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말 정 씨의 지분율은 7.22%다. 8.69%인 이 사장과 비교해 근소한 차다. 기관투자자인 한국증권금융 역시 4.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사장의 지분 확대 방식이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우선 이 사장은 지난 3월 이랜텍으로부터 10억원을 대여,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주당 3000~3100원대로 28만2547주(1.29%)를 매입했다.
이어 상여금도 동원했다. 이랜텍은 지난 9월 자사주 90만주 중 39만주가량을 매도해 22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당 3000원대에 매입해 5690원에 팔았다. 이랜텍은 이 현금을 임직원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이 사장은 이를 토대로 1만250주를 추가 매입했다.
2019년 3월 발행한 6회차 CB(전환사채)는 지분을 늘리고 있는 이 사장에게 '호기'로 평가된다. 이랜텍은 당시 120억원 규모 CB 319만주(주당 3760원)를 발행하면서 콜옵션 조항을 삽입했다. 최대 35% 물량(42억원)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올해 6월 이랜텍의 주가가 뛰자 CB를 매입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거 보통주로 전환해 현재 콜옵션 청구가 가능한 물량만 남은 상황이다. 현재 전환가액은 주당 3760원으로 전환청구권 행사 시 지분율을 4.72%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 콜옵션 행사 기간 내에 주가 하락으로 인해 리픽싱을 거치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업계에선 이 사장의 개인회사인 '엘파스'도 주목하고 있다. 자동화 장비 관련 회사로 이 사장의 재원 마련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텍 관계자 역시 "일부 설비에서 엘파스와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텍 반기보고서 등에 엘파스가 관계기업에서 빠져 있어 정확한 거래액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랜텍이 증설하고 있는 배터리팩 설비 등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 등기사항증명에 따르면 엘파스는 2017년 11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다. 이 사장이 우인영 씨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둘 이상의 회사가 동일인에 의해 주식 소유, 자금대차, 매출입 의존 등 상호관계가 유지되면 관계회사로 정의한다.
이와 관련해 이랜텍 관계자는 “(엘파스와 이랜텍은)관계회사는 아니고, 이 사장의 개인회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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