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구주주, 엑시트 여부 놓고 '동상이몽' 일부 투자자, 체질개선 기대감에 보유 저울질
김병윤 기자공개 2020-11-05 10:13:1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경영권 매각이 추진 중인 가운데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exit)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부분의 FI는 더디게 성장하는 중고나라에 회의감을 느껴 동반매도에 나서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 FI는 지분을 남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최대주주와 유진자산운용은 중고나라의 경영권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 양 측은 중고나라의 기업가치(enterprise value·EV)를 1000억원 정도로 책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진자산운용은 기존 FI에 보유 지분을 동반매도할 것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중고나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매입한 푸른자산운용파트너스를 비롯 대부분의 FI가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일부 FI는 소수지분을 남기는 방향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엑시트를 두고 FI 간 의사가 엇갈리는 배경은 중고나라의 추가 성장 가능성이다.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하려는 FI의 경우, 중고나라 투자 후 성장 속도에 회의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게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고나라에 대한 FI의 실망감이 짙어진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지부진한 기업공개(IPO)다. 키움증권 등 FI는 IPO까지 최대한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하는 그림을 그렸다. 중고나라가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구조상 적자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성장성 평가 특례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고나라는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이는 밸류에이션 산출 때 주가매출비율(PSR) 멀티플을 사용할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성장성 평가 특례제도 1호로 IPO에 성공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는 PSR로 몸값을 산정했다.
하지만 중고나라의 매출은 기대만큼 확대되지 못했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고나라의 매출액은 2018년 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번개장터의 매출이 두 배 가량 확대됐다는 점을 봤을 때, 중고나라의 매출 확대가 더딘 점을 인지할 수 있다. 번개장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120억원으로 중고나라(54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중고나라에 투자한 한 관계자는 "중고나라의 성장이 기대 대비 너무 더뎠다"며 "회사와 FI가 함께 추진하고자 했던 사업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FI가 중고나라의 투자에 큰 미련이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고나라가 NHN페이코로부터 투자받을 때,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춰 매출을 높이려는 사업적 목적이 있었지만 협업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며 "경영의 비효율적 시스템이 기업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됐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인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성장세 또한 FI의 회의감에 무게를 더했다는 평가다.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경쟁사 탓에 중고나라가 점차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후발주자로 인식되는 당근마켓은 설립 4년 만에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중고나라 최대주주와 유진자산운용 간 합의한 기업가치의 3배다. 누적 회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단기간 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점이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평가된다.
한편 중고나라에 지분을 남기려는 FI는 M&A 후 중고나라의 체질개선에 기대감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중고나라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승우 대표이사 체제에서 발생했던 비효율성이 주인이 바뀌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기업가치를 억눌렸던 요소가 없어져 결과적으로 차익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고나라의 다른 투자자는 "중고거래시장의 확대세가 뚜렷한 만큼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도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중고나라의 기업가치는 낮게 평가돼 있는 만큼 M&A 후 기존 단점을 극복한다면 저평가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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