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퍼스트펭귄'이란 말이 있다. 천적인 바다표범의 위험을 감수하고 먹잇감을 구하러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뜻한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펭귄무리들이 바다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이끄는 선구자 역할을 한다.LG전자 TV 사업은 늘 삼성전자에 밀리며 시장에서 '만년 2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기 전까지 말이다.
LCD TV가 주류였던 2010년대 초반 LG전자는 차세대 TV 기술로 대형 OLED를 낙점하며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이후 2013년 세계 최초로 OLED TV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 탓인지 업계에선 OLED TV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사업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LCD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LG전자의 OLED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LG전자는 T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2017년 소니가 OLED TV를 출시하기 전까지 LG전자는 전 세계 TV업체 가운데 유일한 OLED TV 제조업체로 오랜기간 외로운 생존싸움을 벌여왔다.
현재는 소니, 파나소닉, 하이센스 등 총 19개 업체가 OLED 진영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중국 TCL까지 합류를 선언했다. TV 산업의 패러다임이 LCD에서 OLED로 바뀌었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14년 7만6000대에 불과했던 LG전자의 올레드 TV 출하량은 지난해 165만3000대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콕 수요로 TV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량 2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 HE(TV)사업부의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0.3%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은 2016년 7.1%로 치솟았고 지난해 8.4%로 높아졌다. 올해 3분기에는 8.9%의 영업이익률로 LG전자 내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LG전자가 OLED TV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LG디스플레이의 든든한 뒷받침도 한몫했다. 모든 TV용 OLED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수조원을 들여 패널 생산라인을 확장했으며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원가 경쟁력 제고 등 OLED TV 대중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가 TV시장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다만 지난 몇 년 간 보여준 놀라운 성과는 칭찬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세상에 없던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은 늘 도약의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퍼스트펭귄'처럼 과감하고 용감한 결단으로 TV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LG전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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