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현대차]감사 분리 선임시 '제2의 엘리엇' 등장할까감사위원회,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엘리엇 사외이사 추천 통해 감사위원 자리 노려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18 14:02:1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6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은 2018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무산시킨데 이어 2019년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 3명 신규 선임을 제안했다. 추천한 사외이사가 감사위원도 겸하는 구조였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엘리엇의 공격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감행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 제도를 유지하고, 분리 선임 방식에 의해 감사위원을 선출했다면 엘리엇의 제안이 힘을 발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상법상 요건보다 엄격하게 감사위원회 구성
현대차 이사회가 상법 등 관계법령을 준수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방식으로 진화해왔음은 분명하다. 현대차가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IMF 외환위기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약 20년 전인 1998년 2월 73명에 달했던 이사진을 12명으로 축소하고 사외이사도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2002년 기준으로는 전체 이사회 구성원 8명 가운데 절반이 사외이사로 채워졌다. 현대차 이사회는 이후에도 이사회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편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외국인 국적을 가진 인물이 등장했고, 이사회 산하 여러 위원회도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현대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원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꾸려왔다.
감사위원회는 상법 등 법령에 의거하여 그 설치가 의무화된 위원회다. 회계와 업무의 감사 및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심의·의결한다. 이사와 경영진이 합리적 경영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구성비는 위원 전체의 3 분의 2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래 전부터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왔다. 감사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사회 및 경영진 등 업무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법상 요건보다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감사위원장은 이병국 이촌세무법인 회장이 맡고 있다. 그밖에 공정위 출신인 이동규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대전고등법원장 겸 특허법원장 출신 최은수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윤치원 UBS 웰스 매지먼트 전 부회장,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감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사위원 5명 가운데 회계·재무 전문가는 이병국, 윤치원, 이상승 사외이사 등 3명이다.
◇6명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감사위원…"감사 분리 선임, 경영권에 위협될수도"
현대차 감사위원회는 다음의 기능을 수행한다. △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활동에 대한 적법성 감사 △기업재무활동에 대한 건전성과 타당성 및 재무보고의 정확성 검토 △ 외부감사인의 선정 및 변경·해임과 주주총회에의 보고 △기타 법령 및 정관, 감사위원회 운영규정에서 정하는 사항 등이다.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감사위원회는 언제든지 회계에 관한 장부기록과 서류를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다. 또한 이사에 대하여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사로 선임되어야한다. 지난해 엘리엇이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한 것도 결국엔 감사위원을 노린 포석이었다. 감사위원이 되면 회사 기밀 자료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다.
재계에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국기업이나 투기자본 등이 이사를 선임해 국내 기업의 기밀을 빼 가기 쉽다고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사로 선임돼야 한다. 이사 선임시에는 지배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선출 단계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해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려고 하는 것이다.
재계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시 3%의 의결권 제한이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분리선임방식에 의해 감사위원을 선출하고, 집중투표 의무화 제도가 결합할 경우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던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등 국회 통과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사외이사는 6명인데 그 가운데 5명이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면서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고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안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제2의 엘리엇이 등장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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