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이 주요 시중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대비 신규펀드 판매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등 사고 영향을 받지 않은 덕에 꾸준히 신규 펀드 판매 금액을 늘릴 수 있었다.

20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3분기까지 신규펀드 판매금액(누적)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5조 7108억원 규모로 신규펀드를 판매했다. 올해 3분기까지 판매된 신규펀드 금액은 8조 5842억원이다. 전년 대비 2조 8734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 판매됐던 신규펀드 판매 잔고를 넘어선 수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까지 총 7조 7614억원 어치의 신규펀드를 판매했다.

반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세 곳은 전년 대비 신규펀드 판매 금액이 줄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가장 신규펀드 판매금액이 높았던 우리은행의 신규펀드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신규펀드 판매 금액 증가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란 의견을 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예전부터 펀드, 신탁 등 금융상품을 잘 판매하던 하우스다"라며 "DLF 사태 이후 타행이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판매금액이 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펀드 판매 잔고 변화 증가세는 올해 1·2분기에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1분기 3조 6052억원 어치의 펀드를 새로 팔았다. 2분기 신규펀드 판매 금액은 3조 5284억원이었다. 2분기 연속 3조원 이상의 펀드를 신규로 판매한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해외 금리연계 DLF 사태로 올해 3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6개월간 일부 영업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징계를 받았다. 1분기와 2분기 양사의 신규펀드 판매 금액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2분기 신규펀드 판매 금액이 가장 많았던 우리은행이 DLF 사태 이후 신규펀드 판매 금액이 급감하면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반사이익을 가져갔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4조 4094억원 규모로 신규펀드를 판매하며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쳤다.

다만 올해 들어 신한은행도 무역금융 펀드 환매중단 등 금융상품 사고를 겪으면서 지난해처럼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국민은행이 신규펀드 판매 금액을 늘리며 수혜를 입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예전부터 꿀벌문화라 불리는 똘똘 뭉치는 정신이 있어 각 영업점별로 꾸준히 자금을 유치하는 업무를 잘했다"라며 "금융상품 판매에도 이런 정신이 묻어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안정적인 상품을 선정해 판매했던 게 신규펀드 판매 금액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상품위원회의 심의 단계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려 꼼꼼히 금융상품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양질의 상품이 공급됐다는 거다.

국민은행은 실무전문가로 구성된 사전협의체를 신설하고 상품부서 담당자가 검토한 상품을 협의체에서 살펴본 뒤 리스크 및 준법 관리 부서로 넘기도록 했다. 최종 판매 결정은 상품심의위원회에서 내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중심 관점에서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늘려온 덕일 것 같다"라며 "위험이 크지 않은 상품을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