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으로 본 쿠팡의 이유있는 회계인력 채용 역대 최대규모 채용…비전펀드 투자 주춤, IPO 등 신규 투자유치 필요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27 09:56:02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계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두번째 채용이다. 이번에 뽑는 회계인력만 수십여명에 달한다.올 초 세무인력에 이어 대규모 회계인력까지 확보하고 나선 배경으로 업계는 전략의 변화를 꼽는다. 그간 시장선점을 위해 비전펀드라는 뒷배를 통한 사세 확장에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체계적인 세무·회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보다 정교화 된 조직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공개(IPO) 등 신규 투자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대규모 회계인력 필요성, 재무회계 시스템 정교화 작업 전망
쿠팡은 이달 초 회계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00명' 채용이라고 공지한 것으로 보아 두자릿수 채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부문에는 재무회계·연결회계·내부통제 등의 팀이 있다. 팀장부터 관리자까지 여러 자리의 채용을 열어뒀다. 한국 회계사 뿐 아니라 미국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도 채용 대상이다.
이번 채용은 쿠팡이 여태 단행한 회계부문 채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5월에도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6개월만에 다시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적으로 회계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올 초에는 세무인력 채용도 진행했다.
쿠팡은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외부인력을 영입하며 난국을 헤쳐나가는 전략을 쓴다. 안전문제가 불거지면 안전 전문가를, 인사문제가 생기면 인사 전문가를 채용했다. 특히 유수의 기관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조직을 꾸리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
올 들어 세무 및 회계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정 이슈에 대한 필요 때문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대규모 만성 적자를 아랑곳 않고 무조건 사세 확장을 추진하던 기존 전략을 감안하면 왜 갑자기 세무회계에 신경쓰는 지 의문을 자아낸다.
이는 쿠팡을 둘러싼 내외부적인 환경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면서 세무·회계적 관점에서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가 생겼다는 점을 암시한다. 예컨대 작년 말부터 세무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는 쿠팡의 자회사가 수익을 내면서 법인세가 발생한 데 따른 행보였다. 이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면서 풀어냈다.
쿠팡이 회계인력을 급하게 찾게 된 것은 궁극적으로 '돈'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유통의 특성상 현금이 원활하게 돌지만 세무나 회계적으로 인식되는 수익과는 별개다. 작년까지만 해도 쿠팡 내부적으로 조단위 적자를 보고 있지만 '돈이 흘러 넘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사세 확장에 전념하느라 자금계획을 세우거나 재무회계 시스템을 갖추는 일엔 다소 무신경 했다. 적자 실적이 중요치 않다고 공공연하게 피력한 것도 사세확장이라는 전략에 있어 실적은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차원이었다.
재무회계는 내부 사정을 단편적으로나마 담을 수 있는 기본 지표다. 물론 이 숫자가 기업 전체의 상황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외부에 보여주는 이름표와 같다. 쿠팡이 그간 무신경했던 외부에 보여주는 지표나 실적 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유치 혹은 기업공개(IPO)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전펀드, 엑시트 고민 불가피…IPO 외 선택지 없어
현금흐름표를 보면 쿠팡이 외부시선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쿠팡의 별도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4년을 제외하고 줄곧 순유출 기조다. 지난해 전년대비 크게 줄인 70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데 따라 영업활동 현금흐름 순유출 규모도 2000억원대로 축소되긴 했지만 역시 마이너스 기조는 변함없다.
이런 가운데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순유출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물류센터 등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및 투자활동에서 수천억원대의 순유출 기조를 지탱하는 게 '비전펀드'로부터 유치하는 투자금이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설립 이후 꾸준히 순유입 기조가 이어진다. 특히 매년 차입이 아닌 증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쿠팡의 주식 발행 내역을 보면 매년 보통주를 증자하며 투자를 유치했다. 보통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투자펀드운용사(PEF) 등을 활용하면 옵션이 붙는 우선주를 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주를 발행했다는 건 보통 대주주로부터 수혈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쿠팡의 최대주주는 표면적으로는 쿠팡엘엘씨(Coupang LLC)지만 이를 지배하는 건 비전펀드다. 비전펀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쿠팡이 나온다. 소비재 포지션에서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공개적으로 쿠팡의 최대주주는 비전펀드라고 공표한 바 있다.
쿠팡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건 2015년이다. 2년 뒤인 2017년 소프트뱅크는 자사펀드인 12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에 쿠팡 지분 전량을 넘기면서 소유구도를 일원화 했다.
쿠팡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거의 매분기마다 보통주를 발행했고 그 규모는 총 6만6583주다. 별다른 옵션 조항 없이 보통주가 발행된 것으로 보아 비전펀드가 쿠팡엘엘씨에 자금을 넣고 쿠팡엘엘씨가 다시 쿠팡에 증자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늘어난 자본금 규모는 총 3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쿠팡의 자본금 확장 속도가 지난해부터 다소 주춤하다.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가 집행됐던 지난해 자본금 증자는 총 7918억원이었다. 1조3500억원의 증자가 있었던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 증자 주식수나 발행 횟수도 지난해부터 축소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물론 주당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발생 주식 총수나 횟수 등이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속도나 강도 등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 대비 다소 사그라들었다는 점을 어렴풋하게 나마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비전펀드의 현 상황과 맞물린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 등이 상장 이후 고전하고 있고 위워크는 아예 상장에 실패했다. 브랜드리스라는 생활용품 스타트업은 폐업을 했다. 잇딴 투자실패에 자금조달에 난항이 생기면서 비전펀드는 최근 엑시트(Exit)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만 10곳을 엑시트 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비전펀드 2호 설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그간 업계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연합설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손 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을 가졌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고 실제로 사업적으로 일본에서 빅딜이 있었다. 따라서 업계는 쿠팡과의 연합설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CJ와 제휴를 맺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쿠팡과의 연합설은 설(說)로만 끝나게 됐다.
쿠팡이 필요한 자금은 단지 몇백억, 몇천억원의 단기자금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창구가 필요하다. 그간 비전펀드라는 초대형 글로벌 펀드는 충분히 뒷배가 됐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해졌다. 더욱이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대어의 한국 진출까지 임박하면서 쿠팡은 빠르게 대안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비전펀드의 엑시트 전략과 맞물려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펀드의 엑시트 전략은 IPO, 전략적 M&A, 구조조정 등 세가지다. 펀드설정기간은 기본 12년, 앞으로 9년 내 쿠팡의 엑시트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감안해서 보면 비전펀드가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현재로선 IPO밖에 없다. 그간 가능성으로 대두됐던 아마존에 쿠팡을 넘기는 방안은 아마존이 11번가라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손잡고 한국 진출을 공식화 하면서 사그라들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대규모 회계인력을 채용한다는 건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데 일단 외부에 보여지는 재무회계시스템을 정돈하고 새로 구축한다고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며 "이는 향후 투자유치에 필요한 실적을 만든다거나 IPO을 준비할 때 나타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는 비전펀드의 현 상황과 맞물린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 등이 상장 이후 고전하고 있고 위워크는 아예 상장에 실패했다. 브랜드리스라는 생활용품 스타트업은 폐업을 했다. 잇딴 투자실패에 자금조달에 난항이 생기면서 비전펀드는 최근 엑시트(Exit)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만 10곳을 엑시트 했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비전펀드 2호 설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그간 업계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연합설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손 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을 가졌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고 실제로 사업적으로 일본에서 빅딜이 있었다. 따라서 업계는 쿠팡과의 연합설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CJ와 제휴를 맺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쿠팡과의 연합설은 설(說)로만 끝나게 됐다.
쿠팡이 필요한 자금은 단지 몇백억, 몇천억원의 단기자금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창구가 필요하다. 그간 비전펀드라는 초대형 글로벌 펀드는 충분히 뒷배가 됐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또 다른 창구가 필요해졌다. 더욱이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대어의 한국 진출까지 임박하면서 쿠팡은 빠르게 대안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비전펀드의 엑시트 전략과 맞물려 세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펀드의 엑시트 전략은 IPO, 전략적 M&A, 구조조정 등 세가지다. 펀드설정기간은 기본 12년, 앞으로 9년 내 쿠팡의 엑시트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감안해서 보면 비전펀드가 선택할 수 있는 답지는 현재로선 IPO밖에 없다. 그간 가능성으로 대두됐던 아마존에 쿠팡을 넘기는 방안은 아마존이 11번가라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손잡고 한국 진출을 공식화 하면서 사그라들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대규모 회계인력을 채용한다는 건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는데 일단 외부에 보여지는 재무회계시스템을 정돈하고 새로 구축한다고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며 "이는 향후 투자유치에 필요한 실적을 만든다거나 IPO을 준비할 때 나타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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