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 'CB' 찍고 '부동산' 팔고…실탄 마련 총력 [오너십 시프트]②작년부터 560억 조달, M&A에 620억 투자 …추가 차입 검토
박창현 기자공개 2020-11-27 08:59:22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5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 상장 철강기업 '영흥'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가용 자산을 총동원하고 하고 있다. 설립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곳간을 채웠고, 유휴 부동산까지 팔고 있다. 영흥은 이 자금을 밑천 삼아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인수합병(M&A) 거래를 단행했다. 다만 투자금이 더 필요한 만큼 추가 차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영흥은 지난해부터 투자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자산 유동화 카드를 꺼냈다. 영흥은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소재 2만3622㎡ 규모의 토지를 쪼개 팔고 있다.
작년 5월 1만1932㎡ 상당의 토지를 명진금속공업 등에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세왕오토팩, 강원크라텍, 다온이앤지 등과 차례로 부동산 매매 거래를 단행했다. 지금까지 팔아넘긴 토지는 총 1만8613㎡ 규모이며, 그 대가로 약 260억원을 손에 쥐었다.
1977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CB 발행에도 나섰다. 영흥은 작년 12월 150억원 규모의 1회차 CB를 발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 기관 투자가들이 물량을 떠안았다. 올해 들어 2회차 CB를 발행해 150억원을 더 조달했다. 이번에도 증권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영흥이 작년부터 CB 발행과 부동산 처분을 통해 확보한 자금만 560억원에 육박한다. 곳간을 가득 채운 영흥은 이 자금을 밑천 삼아 M&A 투자를 단행했다.
첫 투자 타깃은 냉간압조용선재(CHQ 와이어) 전문기업 '한영선재'였다. 영흥은 와이어로프와 와이어 등 이미 철강 선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단 CHQ 와이어는 드로잉과 열처리 등 추가 가공 작업을 더 해 생산되기 때문에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M&A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에 지분 20%를 21억원에 취득했고, 후속 투자로 8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다. 4월에는 40억원을 주고 추가로 지분 65%를 더 사왔다. 결과적으로 한영선재 M&A에만 총 141억원을 투입했다. 간접 비용도 발행했다. 운영 자금 지원 목적으로 인수와 동시에 한영선재에 150억원을 빌려줬다.
지난달에는 CHQ 와이어 3위 업체인 '대호피앤씨'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매매 대상은 경영권 주식 3030만주(41.45%)이며, 거래 금액은 330억원이다. 이미 매각 측에 33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했고, 내년 1월에 잔금 297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영흥이 두 건의 M&A에 투입한 자금만 471억원에 달한다. 대여금 등 간접 지원 비용까지 더하면 그 규모가 621억원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곳간에 있는 자금을 모두 M&A에 쓴 모습이다.
곳간을 모두 털었지만 여전히 투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부족 자금을 추가 차입을 통해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흥 관계자는 "CB 발행과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기는 했는데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차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재무 부담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300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한 탓에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영흥의 부채비율은 76.1%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8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빚 부담이 더 커지면서 부채비율이 118.6%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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