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패러다임 변화]박근노 나인테크 대표, 메인사업 간판 바꾼 결단디스플레이 장비업체서 변신, 신사업 '반도체 소재' 기대
윤필호 기자공개 2020-12-14 07:54:10
[편집자주]
2차전지 배터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에 안전성 높은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가 주도할 패러다임 전환에 발을 담갔다. 더벨은 변화에 대처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로 시작한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가 2차전지 분야에 진출하면서 사업 다변화에 성공했다. 기존의 설비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갖췄더라도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감하게 신사업에 진출하고 안정화한 과정의 중심에는 설립자 박근노 대표가 있다.2차전지 사업 성공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롭게 반도체 시장 확장에도 나섰다. 신규 사업의 구체적 방향은 기존 핵심 분야인 장비가 아닌 소재로 정했다. 그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쌓은 지식과 기술로 반도체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007년 설립된 나인테크는 현재 2차전지 장비업체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작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였다. 초창기 디스플레이 진공물류와 자동화 장비를 공급했고 2010년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공 설비 개발에 성공해 납품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꾸준히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주력 제품으로 진공·N2 이송장비와 기판 세정장비(Wet Station)가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LG디스플레이 등 핵심 고객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한 단계 높은 성장을 위해 신규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확장세를 보이는 2차전지 시장에 고개를 돌렸다. 다만 신규 사업 확장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노 대표가 중심을 잡고 과감하게 판단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출신인 박 대표는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성장을 이끌며 경험을 쌓았다. 이 같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에 착수해 빠른 속도로 성과를 냈다.
나인테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2차전지에 장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기차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분야에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기존의 장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개발에 착수했다. 그해 배터리 라인 세정(Line Washing) 장비를 개발하며 전방산업 다변화에 성공했고 2018년부터 조립공정에 들어가는 롤투롤(Roll to Roll) 방식의 스태킹(Stacking)과 라미네이션(Lamination) 장비를 공급하며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선제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2017년에 중소형 제품에 들어가는 2차전지 관련 장비로 조금씩 수익을 내다가 2019년부터 전기차나 ESS 등 대형 제품에도 납품하며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사업 매출액은 2016년 처음 수익이 발생할 당시만 하더라도 8억51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빠르게 주요 고객사 LG화학의 사업 확장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며 이듬해 123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14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매출액은 217억원으로 디스플레이 사업 매출액인 203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사업이 전반적인 국내 시장의 악화 영향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스태킹 장비 매출까지 새롭게 반영하며 630억원의 매출로 확고한 메인 사업으로 지위를 굳혔다.
2차전지 사업의 활약에 힘입어 전체 실적도 개선세를 보였다. 이는 코스닥 상장에도 유리한 조건을 구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57%, 108.3% 증가한 65억원, 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0.5% 늘어난 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3.6%에서 지난해 8.6%로 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한 모습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투자를 연기하면서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0.9%, 33.5% 감소한 523억원, 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4억7179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나인테크는 이 같은 위기에서도 오히려 새로운 사업 확장에 나서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는 반도체 소재 사업에 뛰어든다. 그동안 주요 먹거리였던 장비 부문이 아니지만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과 R&D 경험을 통해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반도체 소재 사업은 중장기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찾다가 반도체 산업에도 진출을 결정했다"면서 "그동안 장비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R&D 등을 수행하며 기술과 지식을 축적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관련 제품은 중장기 관점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수익은 최소 3~5년 이후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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