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1: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이 2016년 이후 약 5년 만에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한다. 코로나19로 고객 수가 급증했는데 기존 평가모형으론 부실한 차주를 걸러내지 못하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기업 신용평가모형 재개발을 위한 컨설팅’ 공고를 냈다. 관련 학술용역도 모집하고 있다.
이번에 바꾸는 평가모형은 중기업·소액결제성·특수금융이 대상이다. 나머지 대기업·해외영업점 거래 기업·비영리기관 등 부도빈도가 낮은 포트폴리오(low default portfolio, LDP) 평가모형은 제외됐다.
중기업은 총자산 10억원 이상 또는 총 익스포저 5억원 이상 기업을 말한다. 총자산과 총 익스포저가 이보다 낮으면 소액결제성 법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선박금융 등을 취급하는 기업은 특수금융으로 분류된다.
이번 평가모형 최신화의 목적은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저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기술금융 평가 점수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도 반영해야 하는 등 모형을 새롭게 할 요인이 생겼다.
또 코로나19로 부실 우려 여신도 함께 늘었는데 기존 모형으로 우량 차주를 선별하기엔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우량기업과 불량기업의 금리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게 됐다”며 “불량기업들도 금리 부담이 많이 줄어 이를 수치화하는 평가모형에서도 변별력이 예전만 못해졌다”고 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신용리스크 익스포저는 372조630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329조4638억원 보다 13.1% 늘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이 은행 기업고객 수는 약 190만5000개로 지난해 말(163만4000개)에 비해 27만여곳 급증했다.
새 평가모형을 도입하면 등급별 예상 부도율(PD)은 바뀌지 않지만 PD값에 매핑되는 평점 구간이 달라져 기업의 신용점수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현재 모형에선 신용점수 800~900점 구간의 점수를 받아야 더블에이(AA) 등급을 받는다고 하면 새 모형에선 750~850점 구간에 들면 AA 등급을 부여받도록 조정되는 식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고급내부등급법을 쓰는 은행이어서 평가모형을 정교화하는 게 중요하다. 고급내부등급법은 PD, 부도시 손실률(LGD), 부도시 익스포저율(EAD) 등 신용리스크를 은행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부도율만 은행 자체적으로 산출하고 나머지 측정 요소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값을 사용하는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그만큼 평가모형을 정교화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평가모형 재개발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약간이라도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금융당국의 의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새 평가모형이 도입되면 자산 재평가를 통해 건전성이 다소 좋아질 수 있지만 당국 승인 방향성에 따라 이 역시 갈리게 된다.
내년 초 컨설팅 업체 선정 뒤 상반기 중 모형설계와 세분화에 나서고 하반기 금융감독원 승인 후 2022년부터 새 평가모형이 적용된다. 금감원 승인 과정에서 BIS 비율이 개선될 순 있으나 당국은 PD값 등을 보수적으로 보길 원해 BIS 비율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모형 등의 개선은 추후로 미뤘다. 이는 코로나19로 급증한 중소기업 고객을 평가하는 모형 최신화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 모형을 계속 쓰는 데 무리가 없다”며 “중기업 모형 등 재개발이 끝나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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