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16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이 2020년 회사채 시장에서 3조600억원에 육박하는 물량을 쏟아내 '빅이슈어'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L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발행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LG그룹 전자부문과 비(非)전자 계열사간 엇갈린 조달 행보는 뚜렷했다. 그룹 간판이자 채권시장 엄친아로 꼽혀 왔던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부진과 불확실성 확대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2월 한 차례 조달에 나선 후 국내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반면 LG유플러스와 LG화학은 신규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조단위 발행에 나섰다.

◇조단위 청약, 증액 거듭…2년 연속 3조 돌파

15일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3조 600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LG화학과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LG전자, LG CNS, LG이노텍, LG상사, 팜한농,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등 9곳의 계열사가 발행에 참여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와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LF 등 총 5곳의 계열사가 조달에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 발행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대규모 발행을 했다. LG화학이 처음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9000억원의 물량을 찍었다. 지난해 공모채 시장에서 1조4900억원을 발행했던 유플러스는 올해도 7000억원을 발행하며 연간 3000억~6000억원 수준을 상회하는 자금을 마련했다.

채권시장 호조와 AA급 우량 크레딧 등에 힘입어 증액 발행을 거듭한 점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모채 시장에 냉기가 감돌았지만 오히려 크레딧이 안정적인 LG계열 은 조달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

LG화학은 1조원에 육박하는 발행으로 공격적인 자금 조달 기류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3월 단 한 차례의 공모채 발행으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올 2월 9000억원 모집에 총 2조3700억원의 자금이 쏠리자 발행금액을 늘렸다. 신용등급 AA+를 보유해 채권 시장 호황 효화를 톡톡히 누렸다. 3·5·7·10년물 모두 1%대에서 금리를 확정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1월과 9월 각각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으나 두 차례 모두 3조원에 가까운 청약금이 몰리자 증액을 결정했다. 신용등급 AA0에 '안정적' 아웃룩을 보유하고 있어서 올해 발행에서 모두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공모 금리가 책정됐다. 15년물 발행에서는 개별 민평 대비 최대 25bp 낮게 금리 산정이 이뤄졌다.


◇LG전자, 5년간 1조 투자 계획…LG디스플레이, 등급 '하락'에 자취 감춰

LG화학과 LG유플러스의 신사업 투자 확대 등이 LG그룹의 공모채 발행 물량을 대거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와 LG화학은 각각 5G와 전기차 배터리 투자 등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G화학과 LG유플러스의 2021년 채권 만기도래 물량이 각각 7400억원, 16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순발행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내부적으로 내년 초 발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2016년까지만 해도 계열 내 발행 선두주자에 이름을 올렸던 전자 계열은 올해 조달 비중을 줄였다. LG전자는 올해 2월 단 한차례 공모채 발행에 나서서 6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다만 2025년까지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신규 건립 등을 위한 1조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어서 내년에는 보다 조달 시장에서 활발한 발행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공모채 시장에 등장했던 LG디스플레이는 올 초 신용등급이 A+ '부정적'으로 강등되면서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이 저하되면서 주요 수익기반인 LCD TV부문의 수익창출력이 약화된 탓이다. 대신 올해 5월 사모채 시장에서 2년물 500억원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내년에도 공모채 시장 재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대신 LG헬로비전이 올해 두 차례 발행에 나서면서 활발한 이슈어로 등극했다. 1월과 9월 총 1조8300억원의 기관 수요를 확보하며 30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AA- '안정적' 등급을 유지하면서 금리 메리트가 부각됐고,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 특성을 시장에 어필하며 입지를 다졌다. 탄탄한 수요 덕에 모두 민평금리보다 낮춰 발행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