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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2개월' 넥스틴, 무상증자 노림수는 유통량 증가·투자 활성화, 삼성式 액면분할 효과 기대

조영갑 기자공개 2020-12-17 07:46:3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넥스틴'이 상장 2개월만에 무상증자를 추진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코스닥 시장 안착과 '밸류 업(value up)' 전략이 성과를 보이자 검사장비 분야의 대장주로 거듭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모회사 APS홀딩스의 재무전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넥스틴은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년 1월 14일이다. 신주 631만9600주가 발행되면 넥스틴의 주식 수는 315만9800주에서 947만9400주로 늘어난다. 넥스틴은 공모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발행초과금 32억원을 신주 발행대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술특례상장과 소부장 트랙을 활용한 넥스틴은 업계의 예상을 깨고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 업황이 밝고 흑자를 내고 있던 상황에도 불구하고 넥스틴은 신주 발행을 기존 주식 수의 10% 수준인 32만주로 제한했고 2~3년 뒤 예상실적이 아닌 올해 실적 예상치를 준거로 30%의 할인율을 적용, 공모가(7만5400원)를 산출했다. 업계 일각에서 예상한 고밸류에이션 전략과 반대되는 행보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넥스틴의 주가다. 견조한 실적 흐름과 제한된 유통량에 따른 '희귀성’이 시너지를 내면서 넥스틴의 주가는 상장 이후 일관되게 우상향 곡선을 탔다. 7만5400원에서 출발한 넥스틴의 주가는 무상증자를 결정하기 전 영업일(12월11일)에 12만1600원을 기록해 2개월간 61%의 상승률을 보였다. 보수적 밸류에이션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힌 셈이다. 올해 3분기 매출액 210억원과 영업이익 9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 66%를 달성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주 발행 물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적은 유통량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용이했을 것"이라면서 "고점에서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분율 희석 없이 기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결은 다르지만 일종의 삼성전자식 ‘액면분할’ 효과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주당 260만원의 고점에서 50분의 1의 액면분할을 단행,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늘린 것과 유사하게 넥스틴 역시 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소 유통량으로 시장 참여자를 제한한 상황에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고점에서 무상증자를 단행해 문호를 여는 방식이다. 삼성은 액면분할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의 참여로 시가총액이 많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넥스틴의 설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스틴 관계자는 "다른 의도는 없으며, 유통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면서 "현재 유통량이 적고, 주가 수준이 상장 시초가에 비해 두 배에 이를 만큼 높기 때문에 (투자)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소 공모-밸류업-무상증자'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뒤에는 모회사 APS홀딩스의 입김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견그룹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외형을 확장하고 있는 APS홀딩스가 지주사 지분 요건(상장 자회사 20%)을 충족하고, 향후 지분가치를 더욱더 상승시키기 위한 재무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2015년 넥스틴 주식 77만주를 22억원에 인수한 APS홀딩스는 공모 과정을 거치면서 지분율 28.90%에서 24.57%로 희석됐다. 대규모 공모가 이뤄졌다면 지분율은 더욱 희석될 위험성이 있었다.

APS홀딩스는 넥스틴을 필두로 그룹사의 외형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3분기 현재 자산총계가 3134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넥스틴 등 그룹 자회사를 활용해 자산 규모를 5000억원까지 점진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신주 발행이 완료되면 넥스틴 주가는 4만원선에서 출발한다. 내년 1분기에 주력제품인 이지스(AEGIS-DP)의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향후에도 주가 전망이 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넥스틴은 SK하이닉스과 100억원 규모의 이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년 이천 M16 신규라인에도 이지스 장비 공급을 앞두고 있다.

중국 톱티어 파운드리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러지)에도 대규모 공급이 예상된다. 넥스틴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경쟁사인 KLA-텐코의 장비 대신 넥스틴의 이지스 장비가 입고될 예정"이라면서 "단독입찰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 정식 공급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주가 상승을 전제로 유통량 확대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APS홀딩스의 지분 유동화가 점쳐지기도 한다. 2015년 인수 당시 주당 2850원의 넥스틴 지분 가치는 14일 종가 기준 11만9000원으로 42배가량 증가했다. 증자 이후를 감안해도 14배 수준이다. 신주배정을 거치면 APS홀딩스 보유 넥스틴 주식은 231만주로 늘어난다. 20%의 지분율을 지키는 선에서 일부 주식을 매도해도 상당한 차익을 쥐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APS홀딩스가 FMM(파인메탈마스크)를 개발하면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고 최근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엑스레이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구주 일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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