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한화]총수 부재 7년, 멈춰버린 변혁 시계①2012년 발표 투명경영안 수준 머물러…사외이사후보추천위, 사내이사 포함 '역행' 흐름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0-12-23 08:46:1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8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재계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이사회 운영과 관계되는 것은 'G(거버넌스)'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을 분리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을 사외이사로만 채우는 등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게 대체적인 재계 흐름이다.하지만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의 이사회 구조와 운영방식은 2012년 내놨던 투명경영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내년 2월 이후 그룹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사회 운영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001년 사외이사후보추천위·2006년 내부거래위 설치 이후 변화 '무'
㈜한화 이사회는 산하에 3개의 소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가 그것이다.
㈜한화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설치가 명문화된 위원회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2개뿐이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은 상법 등 법령에 의거해 설치가 의무화된 위원회이기도 하다. ㈜한화는 2001년부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다. 내부거래위원회는 ㈜한화가 추가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위원회다. 여기엔 아픈 역사가 있다. ㈜한화가 2012년 불성실 공시에 따른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을 때 내놨던 경영투명성 개선안에 담겼던 게 바로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였다.
당시 ㈜한화는 김승연 회장 등의 899억원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공소 사실을 증시 마감 후에 뒤늦게 공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즉각 ㈜한화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하고 상장폐지 검토를 위해 거래정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즉각 거래소에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투명경영 제고방안'을 마련했다.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는 당시 나온 안 중의 하나였다.
경영투명성 개선안을 통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승인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산과 유가증권, 자금을 거래할 때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제도의 기준 금액인 50억원보다 엄격한 기준인 30억원을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화는 2018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기획실을 해체할 때도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를 내세웠다. 사내이사가 포함되던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을 사외이사로만 채우기로 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감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조치였다.
실제로 ㈜한화 내부거래위원회는 3분기말 현재 사외이사 3명(박준선,남일호, 김승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장은 박준선 사외이사다.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당연직'→'선출직'…의장 분리 명문화 '아직'
김 회장은 2014년 ㈜한화를 비롯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주요 계열사에서 사임했다. 이후 ㈜한화 이사회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새로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운영 규정이 크게 변화한 것도 없다. 그룹 총수가 이사회 멤버에서 빠진 가운데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기존 체제를 유지한 셈이다.
이는 최근 이사회 거버넌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재계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최근 재계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을 분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박재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한 삼성전자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의장으로 선임한 SK㈜가 대표적이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조치다.
반면 ㈜한화는 대표이사인 옥경석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던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당연직'이었는데 2019년 11월 이사회 규정 변경을 거쳐 이사회에서 의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바꿨다. 대표이사가 아닌 등기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만 분리를 명문화하고 있는 재계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
2006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한 이후 추가로 설치된 소위원회는 없다. 최근 재계는 상법상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돼 있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이외에도 투명경영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엇 사태 이후 보수위원회를 설치한 현대차 이사회가 대표적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활발하다. ㈜한화의 내부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투명경영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를 포함하던 위원 구성을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도록 변경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
㈜한화의 경우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흐름마저 감지된다.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최근 사내이사가 포함됐다. 3분기 말 기준 ㈜한화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총 3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사외이사(이석재, 김승헌) 2명과 사내이사(서광명) 1명이다. 사내이사인 서광명 전무는 올해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오른 인물로 ㈜한화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있던 시절부터 2018년까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 개정 안건이 통과된 뒤 사내이사가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흐름은 2012년 투명경영안 발표 당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로드맵과는 거리가 있다. 2018년 경영기획실 해체 당시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하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도입해 사외이사 후보 풀을 넓혀서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약속과도 배치된다.
㈜한화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관련 규정은 3명 이상으로 하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현재 사외이사후보추천위 구성은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사회는 내년 김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7년 만에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 규정 관련 대외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을 포함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종합적으로 살펴 운영 규정 변경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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