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트릭스 해체한 까닭은 '실효성' '증권·보험' 굵직한 비은행 계열사 부재…지주 책임 부담 분석도
김현정 기자공개 2020-12-23 14:39:25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16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매트릭스 체제 성격의 ‘사업총괄’을 해체했다. 증권·보험 등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은행 자회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매트릭스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매트릭스 체제를 통해 지주사로 자회사의 리스크가 전이되는 상황을 끊어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우리금융은 이달 18일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출범 뒤 도입했던 사업총괄제를 폐지했다. 자산관리·글로벌·CIB 사업부문을 폐지하고 사업성장부문 아래 시너지추진부에서 통합 수행하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룹 중점사업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의 사업총괄제는 신한금융그룹의 매트릭스 체제, KB금융그룹의 부문장 제도, 하나금융의 콜라보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지주사와 은행 및 비은행 자회사들의 특정 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한 명의 임원이 통합 관리·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한 명의 임원이 지주·은행·증권·보험·캐피탈 등 여러 회사에서 겸직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금융지주사 출범 뒤 같은해 7월 사업총괄제를 시작했다. 비은행 강화를 통한 은행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지주사 내 자회사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의도였다. 각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 중이던 자산관리(WM),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디지털 등 4대 성장동력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의 사업총괄제는 출범 이후 순항하는 듯 보였다. 2019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은행 각 사업그룹장이 지주에서 WM총괄, 글로벌총괄, CIB총괄, 디지털총괄을 겸직했다. WM총괄은 은행·카드·종금이 참여그룹사로 함께 움직였고, 글로벌총괄은 은행·카드가, CIB총괄은 은행·종금이, 디지털총괄은 은행·카드가 참여했다.
다만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이 활발히 진행되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타 금융그룹처럼 굵직한 비은행 계열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타사 조직과 비교해보면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없기 때문에 매트릭스 체제의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WM부문 만을 예로들면, 신한금융의 WM부문은 은행·금투 등이 매트릭스 체제가 공고하게 자리잡았다. 대형화된 PWM센터를 통해 대규모 실적을 내고 있다. KB금융의 경우도 WM부문에 은행·증권·손보 등이 겸직 체계로 얽혀있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WM부문에 은행·증권 등이 협업체계를 구축해 대형화 점포를 중심으로 효율화에 성공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는 경쟁 금융지주사 대비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기존 WM총괄 조직은 사실상 카드와 종금의 역할이 거의 없어 은행의 WM사업이 전부다.
이외 글로벌총괄 역시 굳이 총괄을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는 자회사가 없다. 우리카드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지만 규모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미얀마투투파이낸스를 유일한 해외법인으로 두고 있다.
CIB총괄에서 은행 및 종금과 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2019년에는 IB사업을 위주로 해 협업이 크지 않았는데 올 들어 기업금융 쪽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한 덕에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은행 영업점 고객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우리종금이 인수단으로 함께 들어가는 식이다.
다만 모든 총괄 조직의 성과를 저울질했을 때 우리금융 전체 총괄 조직을 운영할 정도의 실익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2021년 우리금융이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두고 운영될 예정인 만큼 이번 조직개편에서 불필요한 조직 및 임원 자리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 과제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업총괄제 해체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 및 자회사의 사업 리스크가 지주사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가까운 예가 신한금융의 라임펀 관련 제재다. 현재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 이슈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제재심이 진행되고 있다. 기관 제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신한지주를 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트릭스 체제를 통해 신한지주에서 은행과 금투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매트릭스 조직을 해체했지만 종국적으로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재단장한 뒤 이런 기능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원신한 원펌' 전략을 내세운 이유도 과거처럼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이익을 내기보다 한몸처럼 움직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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