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동인광학 구조조정 '데자뷔' 가능성은 ARS+P플랜 시나리오…채권단 동상이몽 지적도
김선영 기자공개 2020-12-29 08:21:4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8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쌍용차)가 회생 개시에 앞서 ARS(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돌입을 목전에 두고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3개월+α 기간 내 인수자 유치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도 거론된다.업계에서는 쌍용차를 두고 ARS와 P-플랜을 결합해 회생에 졸업한 동인광학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대상 회사간 규모 차이는 크지만 ARS와 P-플랜의 결합을 가정한다면 동인광학은 사실상 참고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사례로 거론된다. 다만 이 역시도 채권단의 동의가 최종적으로 전제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존속형 회생계획안으로 회생 종결 동인광학 사례 회자
쌍용차는 원매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의 M&A 결렬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자율적 구조조정 협상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한다. 업계에선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 동인광학을 떠올리고 있다.
동인광학은 2018년 ARS와 P-플랜을 결합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회생과 동시에 ARS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워크아웃에 돌입, 회생절차협의회를 통해 채권단과 합의에 나섰다. 총 6번 회생 개시결정을 보류하면서 협상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동인광학은 포괄적금지명령을 받은 지 1년 만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 운영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다만 자율적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인광학의 높은 운영 정상화 및 채무 변제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채권단 역시 이 가능성에 주목해 당시 여러가지 워크아웃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동인광학과 구조조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외부 투자유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ARS 프로그램 진행 당시 동인광학이 채권단에 제출한 기업개선계획은 부결됐다. 통상 기촉법에 의한 공동관리는 주요 채권단의 전체 동의를 받아야 계획안이 통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다만 ARS 프로그램 단계에서 채권단이 채무 변제 가능성을 인정해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경우 사전회생계획안을 보다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인광학은 합의 결렬 이후 곧바로 P-플랜에 돌입했다. P-플랜은 사전회생계획안제도로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계획안을 제출하면 법원이 이를 신속하게 인가하는 방식이다. 채무자 부채액 과반 이상의 채권자 동의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워크아웃에 비해 계획안 가결 기준이 낮다. P-플랜 제도를 활용한 동인광학은 곧바로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아 회생계획안을 제출, 2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 기간 안에 인가 결정을 받게 됐다.
◇ARS+P-플랜, 채무 변제 능력·채권단 동의 전제조건
23일 열린 대표자 심문에서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 및 채권단에 동인광학과 같은 ARS와 P-플랜 병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RS 진행 기간 내 자율합의를 통해 사전회생계획안까지 마련해야 회생 개시 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쌍용차의 ARS 성사를 위해선 채무자인 쌍용차가 변제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원이 ARS와 P-플랜 결합 시나리오를 제안하더라도, 쌍용차 채무 변제 능력이 충분치 않다면 계획안은 채권단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현재 유력한 ARS 프로그램 시나리오는 새로운 인수자를 확보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쌍용차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자금을 조달받고, 이를 통해 채무를 안정적으로 변제해 나가는 구조다. 이 방안에 채권단 전체가 동의할 경우 쌍용차는 워크아웃 체제로 전환된다. 이후 법원은 ARS 프로그램의 최종 종착점인 채권단과 자율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정, 회생 신청을 취하하게 된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를 저울질하는 미국 HAAH오토모티브와의 매각 협상이 최종적으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M&A를 전제로 한 채권단과의 자율합의도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유력자가 있을 경우 곧바로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가전 M&A를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인수자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 회생절차 폐지 리스크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도입 가능성은…채권단과 동상이몽 우려도
결국 변수는 채권단의 동의 여부다. 쌍용차가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채무 변제가 어렵다면 자율합의는 물론, P-플랜으로의 진입도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동인광학은 당시 채권단이 계속기업가치를 인정하면서 협상 의지를 보였던 사례"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운영 정상화에 실패해 두번째 구조조정에 진입하게 됐다. ARS를 활용한 자율합의를 거쳐 P-플랜을 통해 회생에서 벗어나는 것은 쌍용차 입장에선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수자 유치 없이 쌍용차의 정상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ARS과 P-플랜을 병행해 회생 절차 전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목표가 채권단과 '동상이몽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편 쌍용차는 대표자 심문, 사전실사 등을 거쳐 ARS 프로그램에 돌입한다. 이후 주요 채권단과 회생절차협의회를 열고 공동관리절차 등을 논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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