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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경고등' 켜진 SK에너지, '플랫폼 사업' 총력 정유업 불황 속 신용등급 하락…주유소 거점 활용 '신성장 동력 찾기' 분주

이우찬 기자공개 2020-12-28 10:24:1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에너지도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정유업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누적된 영업적자로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다만 올해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며 성장 기반을 다진 점은 위안거리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21일 SK에너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사업수익성이 악화되고 차입금 규모가 불어나는 등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SK에너지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보다 36% 감소한 매출 15조734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익은 마이너스(-) 1조7434억원이다. 정유업 전반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주력인 석유사업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된 영향이 크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를 보면 2015~2019년 100% 초중반에 머물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기준 266%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100%를 웃돌던 유동비율은 97%로 떨어졌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 신용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상 200% 이상이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2015년 2조8078억원의 총차입금은 올 3분기 4조4079억원으로 늘어났다. 순차입금은 1조6712억원에서 3조2413억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부터 진행된 1조2000억원가량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투자 등이 차입금 증가를 불러왔다. 차입금 의존도는 32.8%까지 올라갔다.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별로 다르지만 보통 30%를 하회하는 게 재무건전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수익성 악화로 배당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에너지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배당금을 수취하는 주요 창구다. 회사는 지배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 연간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는데, 올해는 사업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가 배당 정책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는 2017~2019년 SK이노베이션에 배당금으로 1조4000억원, 5200억원, 3000억원을 지급했다.

정유업 불황 속에서도 SK에너지가 플랫폼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분주하게 움직인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 9월 정관 개정으로 통신판매(중개),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플랫폼 사업 진출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주유, 차량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폰 앱 '머핀'을 선보였다. 유종, 주유량, 금액 등 주유패턴과 결제수단을 등록할 수 있다. 비대면 음성 서비스인 '보이스(Voice)주유'도 할 수 있다. 머핀 플랫폼은 세차·주차·정비·중고차거래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여지가 많다.

이달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꾸려진 CIC(사내독립기업) 2곳도 플랫폼 사업 드라이브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는 'R&S'(정유·시너지, Refinery&Synergy)와 'P&M'(플랫폼·마케팅, Platform&Marketing)을 사내독립기업으로 만들었다. 'R&S'는 원유정제에서의 친환경 사업발굴이 목표로 알려졌다. 'P&M'의 경우 주유소 부지 인프라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 확대·강화가 당면 과제다.

SK에너지가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은 정유업계 1위라는 시장지위가 원동력이 된다. 지난 9월말 기준 SK에너지는 전국에 3060개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26.8%의 점유율로 1위 사업자다. 3060개 주유소를 거점으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이미 플랫폼 사업 경험도 축적하고 있다. 2018년 9월 론칭한 주유소 택배서비스 '홈픽'이 대표적이다. 지역별 거점 주유소를 활용한 택배서비스로 '머핀'이 확대할 수 있는 사업 범위에 포함된다. SK에너지는 10여년 전에 주유소 안에 맥도날드, 의류매장 등이 있는 복합주유소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2006년 업계 최초로 론칭해 운영 중인 내트럭하우스도 플랫폼 사업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할 자산으로 꼽힌다. 전국 21곳의 내트럭하우스는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한 물류 중개·주유·차량관리 등을 하는 종합 서비스 플랫폼이다. 내트럭하우스는 사우나, 휴면실, 체육실 등의 피로회복 서비스와 빨래, PC방의 편의 기능도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내트럭하우스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설비 상업발전을 시작했다. 생산된 전력은 한국전력에 판매되고 있다. 내트럭하우스 옥천사업소, 울산신항 사업소에도 태양광 발전 설비가 건설 중이며 내년 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올해는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해"라며 "주유소, 충전소, 내트럭하우스 등의 부지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게 장점인데, 이를 거점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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