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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로보틱스 리빌딩 전략]1조 외형 '흔들', 반등 가능성은18개 로봇기업 합산매출 감소세, 엇갈리는 시장 관측 '촉각'

이우찬 기자공개 2024-11-25 08:56:26

[편집자주]

국내 로보틱스 업계가 실적 부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8개 로봇 상장사의 실적은 2021년 1조원을 넘기며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성장세는 이듬해를 끝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지 조차 장담하기 힘든 국면이다. 반등의 서막일까. 트럼프의 재집권은 로봇산업에 훈풍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국내기업도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수혜를 입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벨이 로보틱스 업황 진단을 통해 각사의 리빌딩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로봇산업에 제동이 걸렸다. 2년 연속 외형이 하향 곡선을 그린 탓이다. 국내외 경기침체 여파로 로봇 도입에 나섰던 기업 수요가 줄어들었다. 일각에서 전방산업 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곳도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반등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곳도 있다.

로봇산업은 전통적으로 완성차를 비롯해 제조업에서 주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이 주도했다. 최근에는 사람과 작업을 같이하는 협동로봇의 성장 속도가 가파른 편이고 서비스로봇은 적용 영역을 점차 넓히는 형국이다. 산업용을 비롯해 협동로봇 대당 단가가 수천만원에서 최저 수백만원 수준으로 내려가며 로봇 도입을 늘리는 기업도 덩달아 증가했다. 리서치 업체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글로벌 로봇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성장 가도만 달려올 것으로 예측됐던 로봇시장에 경고음이 울린 건 지난해부터다. 2023년 기준 산업용과 협동로봇 시장 모두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4'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54만1000대로 2022년보다 2.2% 감소했다. 협동로봇 신규 설치 대수도 5만7000대로 2022년보다 1.7% 감소했다. 협동로봇의 신규 설치 대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지난 2년간 고금리와 경기위축이 발목을 잡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제조 선진국의 로봇 도입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설비투자가 위축됐고 올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로봇시장 위축, 국내기업 '된서리'

글로벌 로봇 시장의 위축은 몸집을 불려온 국내 기업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더벨이 최근 발표된 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로보티즈·뉴로메카·티로보틱스를 비롯해 국내 주요 로봇기업 상장사 18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합산 매출은 7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8275억원)보다 3.5% 줄어든 셈이다.

국내 로보틱스 대부분은 국내외 제조 대기업이 많이 쓰는 산업용 로봇, 협동로봇을 만들거나 해당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다. 18개사 합산 매출은 2021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도 1조3000억원대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당시 매출 성장률은 17%대를 상회했다. 마냥 성장할 것만 같았던 실적은 2023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1조원대를 유지하긴 했지만 전년대비 13% 역성장했다. 4분기가 남아있지만 올해도 반등을 장담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3분기 누적 기준 18개사 중 10곳이 역성장했다. 로봇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모두 매출이 감소하면서 대부분 기업이 힘을 쓰지 못했다. 매출이 증가한 곳은 뉴로메카와 티로보틱스 정도였다.

실적 악화 속에 투심이 꺾이며 로보틱스의 시가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연초 합산 시총은 15조510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 15일 종가 기준 9조6000억원으로 38% 줄었다. 18개 기업 중 올 3월 상장한 케이엔알시스템, 엔젤로보틱스를 제외하고 16개 기업의 1월2일 시총과 비교한 수치다. 16개 기업 중 14곳의 시총이 감소했다.

18개 기업: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 로보티즈, 로보스타, 에스피지, 큐렉소, 에스비비테크, 뉴로메카, 휴림로봇, 미래컴퍼니, 유진로봇, 유일로보틱스, 에브리봇, 로보로보, 알에스오토메이션, 케이엔알시스템, 엔젤로보틱스, 티로보틱스
올해 3월 상장한 케이엔알시스템, 엔젤로보틱스 제외.

숨고르기 국면 관측, 머스크 혁신 커지는 기대감

이처럼 일련의 숫자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유망산업인 로봇이 더 큰 도약을 위해 숨고르기 하는 국면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로봇산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발판삼아 더 크게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 기술을 요구하는 로봇은 AI와 결합할 때 파급력은 배가 된다.

여기에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로봇 섹터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됐다.

트럼프가 머스크를 중용하면서 로봇산업 전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용로봇, 협동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과 비교해 로봇 발전 단계에서 가장 진보된 형태의 로봇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AI 기반 딥러닝, AI 반도체 등이 집약돼 인간의 외형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작동하는 로봇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가장 고난이도의 휴머노이드 로봇사업에 매진함으로써 앞선 단계에 있는 로봇 도입의 대한 허들마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긴 머스크의 혁신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이다. 머스크의 테슬라가 총대를 메고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뒷받침하며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로봇기업 R&D 담당 임원은 "머스크는 혁신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라며 "당장 그가 휴머노이드 로봇사업 확대를 공언한 만큼 이를 비롯해 로봇 전반의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머스크가 혁신을 앞세워 길을 내주면 기업의 로봇 도입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로봇도입 걸림돌인 초기 리스크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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