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B·신한금융, 후계구도 경쟁 방식도 확연한 차이 신한 CEO 임기 2년 부여, 중장기 능력 시험…KB 부회장 선임 '긴장감' 유지

이장준 기자공개 2020-12-31 08:09:0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0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인사가 일단락되면서 포스트 윤종규·조용병 회장이 되기 위한 차기 잠룡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두 금융그룹이 후계구도를 놓고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 서로 갈려 눈길을 끈다.

신한금융은 이례적으로 연임을 한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서 중장기 경영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반면 KB금융은 예년처럼 유력 후보들에게 임기 1년을 추가하는 대신 지주에 부회장직을 신설하며 차기 회장을 두고 은행장 등과 '경쟁구도'를 만든 모양새다.

◇KB금융, 부회장직 신설…은행장·계열사 CEO 임기만료일 통일

KB금융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에 부회장 직제를 새로 만들고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을 이 자리에 선임했다.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그룹 내 비중이 확대된 보험 부문과 글로벌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양 부회장이 부여받은 임기는 1년이다.

앞서 18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10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당시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재선임되며 임기 1년을 추가로 부여받았다. 약 두 달 전 열린 대추위에서는 허인 국민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들 4명은 소위 '윤종규 키즈'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허 행장과 이 사장은 윤 회장과 더불어 올해 8월 차기 회장 압축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라임사태에 휘말려 감독당국이 중징계 조치를 선고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연임에 성공했다. 양 부회장은 약 10년 만에 지주 내에 부활한 부회장직에 올랐다.

올해 임원 및 계열사 CEO 인사가 일단락되면서 이들 모두 내년 말까지 그룹 내 요직, 주요 계열사 CEO를 맡게 됐다. 이들 4명의 임기 만료일이 같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래 허 행장의 임기는 11월 20일까지였으나 이번엔 다른 주요 계열사 CEO들과 마찬가지로 내년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부터는 이들 계열사 CEO 선정 절차를 같은 시기에 치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 부회장직 신설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업황이 악화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금융그룹 내에서 자산 규모나 수익 기준으로 압도적인 1등 계열사는 은행이다. 때문에 은행장은 회장에 이어 '넘버 2'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허 행장 대신 KB손보를 이끌던 양 사장을 부회장으로 선임하면서 이런 기조가 흔들리게 됐다. 부회장이 맡는 역할과 책임(R&R)을 비롯해 직제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른 탓이다. 후계구도를 두고 경쟁 체제를 유지해 긴장감을 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동시에 책임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한과 책임이 몰려있는 데다 대외활동까지 책임지기엔 무리가 있어 이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근 감독당국이 금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CEO를 징계하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책임을 분담하는 실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룰 깬 신한금융, 책임경영·중장기 성과평가 목적

신한금융은 KB금융에 앞서 단행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파격을 선보였다. 신한금융지주는 1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을 추천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 자회사 CEO인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에게 2년의 임기를 새로 부여했다. 이들의 임기는 2022년 12월 31일 만료된다.

통상 금융그룹에서는 임원 및 계열사 CEO에게 처음 2년의 임기를 부여하고 1년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한다. 인사 적체와 피로도 등을 두루 고려해 이뤄지는 암묵적인 룰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유독 임기를 길게 부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으로 남은 임기 동안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시험받게 됐다. 회추위는 지난 인선에서 진 행장 경우 코로나19 상황과 저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그룹 전체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전환(DT)을 가속화해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한 성과도 높게 봤다.

임 사장은 안정적인 경영성과로 카드업계 시장점유율(M/S) 1위 사업자 지위를 확고히 하고 신사업 추진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 사장은 신한생명의 영업방식과 조직문화를 개선한 점과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 준비 과정에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제시한 점을 인정 받아 내년 7월 출범할 신한라이프의 초대 CEO로 내정됐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 말까지라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차기 신한금융 회장을 선출하는 지배구조및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022년 말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연임한 주요 자회사 CEO들의 임기 만료 시점과 맞물린다.

KB금융은 윤 회장이 올 9월 3연임에 성공하면서 3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았다. 아직 차기 회장 선임 절차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연임한 자회사 CEO의 임기를 예년처럼 1년씩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유력한 자회사 CEO들에게 임기를 2년씩 부여하며 중장기적인 경영 능력을 검증해 후계자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막 3기 체제를 시작한 만큼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