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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과도한 이중레버리지비율…M&A 멈출까 출자여력 한계, 자회사 배당 무리…부채비율 여유, 신종자본증권 꾸준한 활용 가능

이장준 기자공개 2020-12-09 07:53:2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한계치에 달했다. 그만큼 인수·합병(M&A) 출자 여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즌인 만큼 KB금융의 고심도 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민은행 중간배당을 끌어온 데다 감독당국의 자회사 배당 자제 권고를 무시할 수도 없다. 내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충당금 이슈에도 대비해야 한다.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된 상황과 맞물려 내년에는 KB금융의 딜 참여 유인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부채비율에 여유가 있어 차입을 통한 실탄 확보 여력은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 등을 활용할 여유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KB금융이 강조해온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여전히 비은행 사업 다각화가 중요하고 인수 시장을 꾸준히 넘봐야 한다.

◇규제 상한선 살짝 밑도는 이중레버리지비율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9.04%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123.47%와 비교해 5.57%포인트 상승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9월 말 기준 신한(119.36%)·하나(124.81%)·우리(99.96%) 이중레버리지비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사의 대손준비금 차감 후 자회사 출자여력을 의미한다. 자회사 출자가액(장부가액)을 지주사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당국에서는 차입을 통한 과도한 외형 확장을 막기 위해 1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이를 초과하면 경영실태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금융지주들은 상한선을 사수한다.

KB금융은 8월 31일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출자총액이 3개월 새 2조3101억원 증가했다. 그나마 국민은행이 8월 말 5985억원의 중간배당을 하면서 같은 기간 '분모'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9439억원 늘려 규제 상한선을 밑돌 수 있었다. KB지주 설립 이래로 국민은행이 중간배당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0월에는 원화 지속가능(ESG)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돼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약 3%포인트 하락한 효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연말 배당을 줄 정도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맞췄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이미 받았는데 2018년 연말 배당(6672억원)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은행업의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방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가계)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대출자산 늘리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여파가 금융권에 전이되는 데 대비해 충당금도 쌓아야 하고 대출만기 유예 등 조치가 끝나면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은행에서 추가로 배당을 받더라도 규모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이 타이트한데 금감원이 자회사에서 배당도 많이 당기지 말라고 해 내년 신사업 구상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신규 투자 없이 기존 사업만 영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올 들어 3연임을 확정했다는 점도 KB금융이 무리한 외형 확장을 피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가 안정된 만큼 무리한 딜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이 연임을 확정한 만큼 KB금융이 내년에 추가적인 딜 참여 유인은 떨어진다고 본다"며 "새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을 KB 색깔에 맞게 세팅해야 하는 상황에 포트폴리오를 더 추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은 은행, 증권, 카드, 손보, 생보, 캐피탈, 자산운용, VC,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신용정보 등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포트폴리오가 가장 탄탄하다. KB생명이 작아 경쟁력이 떨어졌으나 이번에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며 모든 업권에서 고른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회계상 자기자본 차감액으로 상계돼 이중레버리지비율에 부담이 된다.

김기환 KB지주 재무총괄 부사장(CFO)은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돼있고 경영성과에 자신감이 있어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1조원대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자본증권 등 활용한 인오가닉 성장 가능성도

그럼에도 KB금융이 내년에도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부채비율에 여력이 있는 만큼 차입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을 총부채로 나눈 값이며 금융지주사는 부채비율을 5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부채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레버리지를 일으킬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KB지주의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6.36%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신한지주 부채비율 43.66%에 못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지주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높지만 경쟁사인 신한지주에 비하면 부채비율에 여유가 있다"며 "추가로 조건부자본증권이나 선순위채를 발행하면 오히려 실질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자본은 더 많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보유한 자본도 적지 않다. KB지주의 9월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08%를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신한지주(13.11%)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KB금융도 신한금융만큼 레버리지를 끌어 쓰면 대형사를 살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주가 부양을 고려하면 여전히 사업 다각화가 시급한 과제인 만큼 시장에 우량한 매물이 나오면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당국은 자제 권고를 했지만 필요하면 푸르덴셜생명의 자본을 활용할 수도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자본적정성이 탄탄한 회사로 유명하다.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486.44%에 달한다. 감독당국의 권고 수준인 RBC비율을 150%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달리 보면 자본을 영업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익잉여금이 2조1893억원에 이르는 만큼 자본 효율화 차원에서 지주에 배당해 M&A 실탄에 활용할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관리 방안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규제 범위 내에서 잘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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