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자본적정성 안심? 위험완충력 확대 '고삐' 바젤Ⅲ 후순위채 차감 대비, 유상증자 단행…레버리지비율 제고 목적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1-01-05 07:36:1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16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이 BIS비율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젤Ⅲ(신용리스크 산출)를 선제도입해 자본비율을 충분히 끌어올렸지만 위험완충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내년까지 후순위채 차감이슈가 잔존하고 있는 만큼 자본 확충 방안을 지속해 모색할 방침이다.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1000억원 규모(보통주 270만2702주)의 유상증자를 위한 주금납입, 증자 관련 등기변경 절차를 마무리했다. 농협금융지주가 완전자회사 농협은행의 발행주식 전량을 배정받아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본금을 충분히 쌓아둔 것"이라며 "위험완충력을 끌어올리고 올해 바젤Ⅲ 도입에 따른 후순위채 차감 이슈 등에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그간 꾸준히 양적 성장을 도모해왔다. '자산 증가→수익 증대→자본여력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범농협수익센터 역할로서 농협지원사업비(옛 명칭사용료)와 배당 증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했다.
이를 위해 핵심순정 자본인 유상증자나 이익잉여금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2018년에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자본의 질이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기타기본자본(Tier1)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2%대로 전년 대비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표면상으로는 자본 확충 필요성이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바젤Ⅲ 최종안(신용리스크 산출)을 조기도입 덕에 BIS비율이 18.12%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금융당국이 조기도입을 허가하면서 농협은행의 RWA 규모가 내부등급법 하에 6월(85조원) 대비 26% 줄어든 63조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농협은행이 자본여력 확보에 나서는 건 자본 차감 이슈가 도래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바젤Ⅲ 규제에서 2013년 이전 발행한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의 자본인정금액이 2022년까지 매년 20%씩 차감된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2013년 이전 발행한 자본성증권이 4199억원 남은 상태다. 올해와 내년 각각 2000억원 가량 자본이 차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젤Ⅲ 효과를 배제하면 사실상 BIS비율 개선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가 고비다. 정부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대출 원금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여신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젤Ⅲ 조기도입으로 신한(18.77%)·우리(17.64%)·국민(17.22%)은행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자본 확충을 계획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자본완충력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예가 단순자기자본비율(바젤Ⅲ 레버리지비율)이다. 농협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4.38%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인 3%를 상회하고 있지만 타 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KB국민은행 5.87%, 하나은행 5.92%, 신한은행 5.65%, 우리은행 5.53% 등을 나타내고 있다.
레버리지비율은 금융당국이 은행 감독시 BIS비율과 함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BIS비율이 리스크 특성에 따른 질적 측면을 고려하는 지표라면 레버리지비율은 양적인 측면만 고려한 자본비율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을 분모로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자산 등급에 맞춰 위험가중치(RW)를 반영해 달리 적용한다. 농협은행은 2018년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며 RWA감축에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BIS비율 개선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반면 레버리지비율은 RWA 영향을 배제한 순수한 자본적정 지표다. 기본자본(Tier)을 재무상태표상 총익스포저(EAD·총위험노출액)로 나눈 값이다. 총 익스포저는 위험가중치(RW)가 반영되기 이전의 합계다. 기본자본은 영구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보통주, 우선주, 신종자본증권 등이 포함된다.
레버리지비율을 간과했을 경우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타격이 클 수 있다. RW를 반영하는 BIS비율 계산법상 신용등급이 높은 자산이라도 금융위기를 맞닥뜨리면 가치 급락으로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신용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작년 9월 말 기준 379조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대부분이다. 대출 외 보증, 유가증권, 파생상품까지 다양하게 익스포저에 노출돼 있다.
농협은행은 이번 유상증자로 단순자기자본비율이 3bp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 수준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때 이익잉여금 등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2~3조원 가량의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규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꾸준히 자본여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올해 자본증권 발행 계획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한 두 차례 정도 발행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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