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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금융권 新경영지도]우리은행, 과감한 조직통합 실험 '시너지 높여라'20→15개, 그룹수 대폭 줄여…디지털·채널 혁신 등 시대 흐름 부응

김현정 기자공개 2021-01-12 07:43:09

[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면 조직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기 마련이다. 다만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과정이라고 해도 때마다 갖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한 해 경영전략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신년 조직재편 방향성과 규모가 천차만별로 갈리기 때문이다. 2021년을 맞이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과연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1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의 올해 조직개편 키워드는 ‘통합’과 ‘슬림화’로 압축된다. 주요 굵직한 그룹들을 시너지 중심으로 묶어 그룹 수를 대폭 줄였다. 효율성을 제고시키며 ‘작고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해 디지털과 영업을 밀착시킨 제편이 눈에 띈다. 이 밖에 영업 현장에 전격 실시되는 공동영업체계 'VG제도' 역시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를 통해 우리은행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통합과 슬림화, 효율성 제고 방점

우리은행은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는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20그룹 3단 72부서’를 ‘15그룹 4단 75부서’ 체제로 변화했다. 그룹이 무려 5개나 줄어들었다.

개인그룹과 기관그룹을 ‘개인/기관그룹‘으로 통합시켰고 산하에 부동산금융단을 배치했다. 기업그룹, 중소기업그룹을 ‘기업그룹‘이란 이름으로 합치고 아래 외환사업단을 배치한다. HR그룹과 업무지원그룹도 ‘경영지원그룹’으로 통합됐다.

굵직한 그룹을 합치는 데 있어 기준은 ‘시너지’에 있었다. 네트워크 및 인력이 통합되면서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는 더 많은 힘이 실리도록 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그룹이 되니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도 구축된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기관그룹에서 기관 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개인금융상품까지 함께 담당해 왔다. 이에 따라 개인그룹과 기관그룹간 비효율이 발생했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개인/기관그룹이 출범하면서 중복업무가 줄고 업무의 전문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부동산금융그룹을 부동산금융단으로 축소해 개인·기관그룹 소속으로 편입시킨 이유 역시 연계 영업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개인 및 기관 대출 업무에 부동산금융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기업그룹과 중소기업그룹이 합쳐진 ‘기업그룹’ 역시 마찬가지 개념이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기업고객을 상대로 하는 대출 업무에 논리가 비슷한 만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노하우가 잘 공유되도록 했다. 권 행장은 한 해를 시작하며 직원들에게 ‘기업 토탈 마케팅’을 강화해 해당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 협력기업과 임직원까지도 우리은행의 고객으로 내재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요 그룹 통합은 비용 효율화 효과를 가져온다. 기능을 한 데 모아놓으면서 그룹 및 본부 간 중복 업무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세부 R&R(역할과 책임)이 압축적으로 바뀜에 따라 임직원 일인당 생산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비대면 강화, 디지털-영업 한몸처럼

이번에 신설된 '영업/디지털그룹'은 디지털과 영업 일선과의 밀착이 콘셉트다. 영업과 디지털은 시너지를 넘어서 한 몸처럼 붙어있어야 한다는 권 행장의 뜻이 반영됐다. 권 행장은 신년사에서도 여·수신 전업무의 비대면화를 지속 추진하면서 세대별 맞춤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해달라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고객들의 은행 이용 현황을 보면 지점보다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빈도수가 훨씬 많다. 은행이 고객을 만나려면 지점이라는 오프라인 공간보다는 온라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아무래도 대면 마케팅에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

영업/디지털그룹은 영업기획부·영업추진부·채널전략부·고객센터·스마트고객부 등 영업 관련 조직과 DT추진단으로 구성돼있다. DT추진단은 아래 디지털전략부·디지털사업부·프로세스혁신부·빅데이터사업부·AI사업부·스마트앱개발부가 놓여져있다.

우리은행의 영업/디지털그룹과 같은 통합 조직은 올해 은행권 트렌드로도 보인다. 국민은행도 개인고객그룹 산하에 디지털·IT 등이 응집된 부서인 ‘플랫폼 부서’ 5개를 배치하는 식으로 영업과 디지털의 일체를 꾀했다.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리테일그룹을 신설했다.

◇채널혁신 박차, 영업 일선 'VG 제도' 출발

권 행장이 취임한 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디지털과 채널 혁신이다. 권 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 플랫폼사들의 출현은 은행업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할 정도로 시중은행들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시중은행의 강점인 대면 채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고도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게 밸류그룹(VG)제도다.

VG 제도란 현재 모든 국내 시중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허브앤스포크 제도의 우리은행 버전이다. 거점 점포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 몇 개를 그룹화해 협업 체계를 구축한 영업 채널을 말한다. 2016년 ‘우리투게더 그룹’으로 도입했던 것을 올해부터 전격 확대하는 것이다. 전체 715개 점포 중 658개에 적용을 시작했다. 지난해만해도 250개 정도에 실시했다.

영업점의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해 효율성이 제고될 전망이다. 공동 영업과 영업 노하우 공유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역량이 강화된다. 또 VG 공동 고객관리를 하면서 균일하고도 높은 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로 은행 업무를 보는 비대면 고객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채널은 여전히 은행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지난해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검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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