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갈등]검찰, 어피너티·IMM까지 기소 이유 '부당이득 있었다'회계사법 위반 결론, 신창재 회장 손 들어줘…ICC 중재 '반전' 맞나
이은솔 기자공개 2021-01-21 07:50:0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 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이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의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부당이득'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기소를 결정하면서다. 이는 3월 예정된 국제상업회의소(ICC)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을 지난 18일 기소했다. 딜로이트안진 측에 공정시장가치(FMV) 측정을 맡긴 어피너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측 2명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핵심은 '부당이득'이었다. 검찰은 조사 끝에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위촉인인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의 부탁을 받고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공식적인 회계 수수료 외에 다른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의미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회계사는 직무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거나 위촉인이 부당한 금전 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해서는 안 된다.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뿐 아니라 어피너티컨소시엄 측 임원들도 함께 기소된 것도 부당이득 때문으로 해석된다. 회계사들이 교보생명의 공정가치를 부풀려 산정하면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1조원 가까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기소된 어피너티와 IMM PE 측 임원 외 베어링PE 임원도 조사 대상에 올랐으나 국내가 아닌 홍콩에 거주해 기소까지 진행되지는 못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파트너스(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4개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가치 산정의 기술적 문제만 적발했다면 FI 측 인원들은 기소될 이유가 없다"며 "딜로이트 회계사들이 큰 금액도 아닌 산정 수수료만 받고 공정가치를 부풀려주는 무리수를 감행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안은 교보생명이 지난해 4월 풋옵션 가격 산정을 위한 공정가치 측정을 맡은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를 형사 고발한 데 따른 결과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딜로이트안진을 통해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컨소시엄은 당시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계약했다.
IPO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회수가 어려워진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2018년 풋옵션 행사를 결의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돌려달라고 주장한 금액은 주당 40만9000원, 총액 2조원대다. 신 회장 측은 이 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주당 약 20만원, 총액 1조원대가 적정하다는 입장이었다.
교보생명이 풋옵션 가격 산정이 과다하다고 주장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공정가치 측정을 위해 피어그룹(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은 곳을 포함해 가치를 과도하게 높였다는 것이다. 당시 딜로이트안진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를 피어그룹으로 묶었다. 오렌지라이프는 PBR이 1배를 넘어 타 생보사(평균 0.7배)와 차이가 컸고 인수합병(M&A) 논의가 진행되던 때로 주가 변동폭이 매우 컸다.
시점에 따른 문제도 제기했다. 교보생명 측은 풀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해야 하는데 FI와 딜로이트안진이 시점을 임의로 설정해 공정가치를 과대계상했다고 주장했다. 풋옵션 행사 시점인 2018년 10월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같은 해 6월 말을 기준으로 피어그룹의 PBR을 산정해 FI 측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줬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가 ICC 재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ICC에 중재를 맡긴 핵심 쟁점이 풋옵션 가격 산정인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3월 청문회를 앞둔 교보생명은 다소 유리해진 상황이다.
신 회장과 FI 사이 갈등을 조정 중인 ICC는 지난해 9월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ICC 중재 절차는 1년 반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청문회 준비 절차 등이 늦어졌다. 중재 결과는 올해 연말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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