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카드사 생존전략]'적격비용 재산정' 카드사, 추가 인하 여력 없다①가맹점수수료율↓ 우대가맹점 확대, 작년 호실적에 '여력 오판' 부담
이장준 기자공개 2021-01-28 07:31:47
[편집자주]
카드사의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시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3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해당 절차를 거치면서 수수료율은 꾸준히 떨어졌고 올해 역시 결과는 비슷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본연의 수익성 약화뿐 아니라 빅테크, 핀테크의 위협도 커진 상황이다. 돌파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카드업을 둘러싼 위기와 기회 요인을 짚어보고 각 사들은 어떤 생존전략을 짜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업의 기반이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매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떨어진 데다 적격비용보다 낮은 우대수수료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지불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오자 카드사들은 2020년 일회성 요인으로 거둔 호실적에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 금융당국이 추가 인하 여력이 크다고 오판(誤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식에 대입하듯 수수료율을 기계적으로 인하하는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 '뚝' 4%만 적격비용 적용
현재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체계가 도입된 건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부터 6차례에 걸쳐 가맹점수수료를 최고 4.5%에서 1.8%로 인하했으나 업종별 체계에 기초한 탓에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맹점수수료 산정 원칙을 정하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삼일PwC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겼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 △대손비용 △일반관리비용 △거래승인·매입정산비용(VAN 수수료)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을 고려해 수수료를 산정하게 됐다.
당국은 카드사의 수수료 원가, 이른바 '적격비용(eligible cost)'을 기초로 3년마다 카드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울러 연매출 규모가 작은 영세한 가맹점을 배려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의 80% 이하 수준만 받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카드사에는 3개월 영업정지나 과징금 5000만원 조치가 따른다.
3년 뒤인 2015년 당정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안이 마련됐다.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기준을 기존 1.5%에서 0.8%로, 연 매출 2~3억원인 중소 가맹점은 기존 2%에서 1.3%로, 연 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평균 0.3%포인트 가량 인하했다. 이듬해부터 적용돼 가맹점 수수료 부담액은 연간 약 6700억원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설명했다.
2018년에는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기존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연매출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을 기존 2.17%에서 1.9% 수준으로 인하를 유도했다. 이에 따른 카드사의 수익 감소분은 8000억원에 달했다. 매출 증감과 무관하게 단순 계산으로만 2015년과 2018년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으로 카드사는 매년 1조4000억원씩 수익이 깎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적격비용 대상이 아닌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계속해서 넓혀왔다. 2017년 7월 영세 가맹점의 기준을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 가맹점의 기준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2018년에는 일반 가맹점 수수료 상한을 2.5%에서 2.3%로 낮췄다.
오는 31일부터는 우대가맹점 범위를 확대해 278만6000개의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가 적용된다. 결제대행업체(PG)와 더불어 교통정산사업자를 통해 카드결제를 수납하는 PG 하위사업자, 개인택시사업자에게도 우대수수료가 적용된다.
영세한 곳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우대 가맹점은 현재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96%에 이르는 지경이다. 불과 4%만 적격비용을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우대사업자 적용에 대한 신판 손실분을 일반·대형가맹점 마진으로 보전해야 하는데 무작정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할 수 없다"며 "수수료율 상한선 또한 지속적으로 인하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황형 흑자, 올해 부메랑 될까 '전전긍긍'
올해도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이 예정돼있다. 카드사 결산 실적이 나오면 용역을 맡겨 3개년치를 분석해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을 검토할 계획이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 사실상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며 "이미 현재의 수수료로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카드사가 '불황형 흑자'를 거두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개 카드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68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4.7% 늘어난 수준이다.
언뜻 보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듯 보이나 실제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성 요인 영향이 컸다.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매출이 일부 늘고 은행권 대출이 막히면서 카드론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다. 부가서비스와 연결된 비용도 크게 줄었다. 영화관이나 여행 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줄면서 마케팅 비용도 쪼그라든 것이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풀리며 충당금 부담을 덜어낸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만기와 이자상환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출 연체가 줄어들자 자연스레 대손비용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카드사의 자구적인 노력과 일회성 요인으로 줄인 비용을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판매에서 적자 폭이 커지면 카드사가 계속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카드사가 비용을 절감하면 가맹점 수수료가 자동으로 추가 인하되는 시스템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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