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총 돋보기]'합작 표본' 티씨케이, 한일 협력관계 저무나도카이카본-케이씨 합작사…도카이 측 회장· 사장 동시 선임, 균형 논리 깨져
조영갑 기자공개 2021-02-10 08:38:3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 합작기업 '티씨케이'가 10년 가까이 경영을 이끌던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설립 이후 20년 넘게 지속해온 최대주주 도카이카본(Tokai carbon)과 2대주주 케이씨 간의 협력관계가 저무는 징후라는 분석이다. 케이씨의 엑시트(지분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씨케이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사내이사(대표이사 회장 및 사장) 신규 선임 건을 부의한다. 앞서 2014년부터 2대주주 케이씨 몫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던 박영순 전 케이씨 대표가 지난해 12월 사임하고, 이 자리에 김영희 전 삼성디스플레이 전무가 새로 내정됐다. 오는 3월 주총 의결을 거치면 타카하시 히로시 수석 부사장이 티씨케이 신임 회장을, 김 전 전무가 신임 사장을 맡아 정식 임기를 시작한다.
김 신임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사업부, Common Technology Project 그룹장을 거쳐 지난해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인프라환경안전 센터장(전무)으로 재직했다. 반도체 공정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티씨케이 측이 "고객사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영입"이라고 밝힌 만큼 올해 비메모리 투자를 확대하는 삼성전자 향 영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씨케이는 반도체 웨이퍼가 장비 내에서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는 SiC(실리콘카바이드) 포커스 링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1996년 국내 반도체 소재기업인 케이씨의 기술력과 도카이카본의 원자재 수급능력 및 자본력이 결합해 설립됐다. 설립 초기 지분율은 도카이카본 약 40%, 케이씨텍 약 30% 수준이었다. 2018년까지 비교적 변동 없이 지분율이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티씨케이 식 JV(조인트벤처)를 업계의 모범사례로 꼽는다.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극복하고, 사업 시너지와 경영 효율을 동시에 충족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티씨케이는 사업 초기 도카이카본의 고순도흑연(High-Purity Graphite)을 바탕으로 CZ, CS 등 흑연 링을 주로 납품하다가 SiC(실리콘 카바이드) 소재로 기술을 심화하면서 수익성에도 날개를 달았다.
티씨케이 매출액은 2017년 1303억원, 2018년 1705억원, 2019년 1713억원에 이어 지난해 2282억원을 기록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35%대를 유지하면서 해마다 한일 양사에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됐다는 평가다.
경영상에서 균형의 미덕이 발휘됐다. 오랫동안 이사회를 5대5 수준으로 안분하면서 공동 경영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했다. 회장은 일본 측에서 선임하고, 실제 경영은 한국 측 사장이 수행하면서 최대주주의 경영 간섭도 최소화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을 기점으로 경영의 무게추가 도카이카본으로 완전히 쏠릴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일합작 기업에서 사실상 한국에 상장한 일본기업이 되는 모양새다.
김 사장은 케이씨와 인연이 없는 인사다. 그동안 케이씨에서 사장을 추천하고, 도카이카본이 양해하는 일종의 ‘아그레망(인준)’의 관행에서 벗어나 도카이카본이 직접 ‘캐스팅’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이사회도 도카이카본이 장악하게 됐다. 지난해 3월까지 쯔지 마사후미 회장, 박영순 사장, 다카하시 히로시 부사장, 모리 다케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했으나 김 사장 선임으로 모두 도카이카본 계열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직접 경영을 챙기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케이씨의 엑시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케이씨는 장기간 보유하고 있던 티씨케이의 지분을 2018년 이후 매각하고 있다. 2018년 5월 지주사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티씨케이 주식 105만주(9%)를 770억원에 도카이카본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 9월 60만주(5.14%)를 추가로 621억원에 장내 매도했다. 지분율 하락으로 티씨케이가 연결대상 관계기업에서는 제외됐지만, 이익잉여금과 장기투자자산이 대폭 늘어나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씨가 2018년 지분을 매각한 이후 사실상 티씨케이의 경영에서도 손을 뗐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케이씨 자체 사업(가스, 케미칼 사업)의 확대와 R&D 자금 마련을 위해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티씨케이의 지분을 전량 매각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티씨케이 관계자 역시 "(케이씨의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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