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Global Sight]'ESG 우등생' 에쓰오일, 글로벌 시각 '온도 차'탄소배출·이사회 다양성 지적, 이사회 독립성은 '합격점'
박기수 기자공개 2021-02-15 11:09:40
[편집자주]
환경(E)·사회(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는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다. 동시에 ESG를 고려한 'ESG 경영'은 기업들의 중장기 목표가 됐고 투자자들에 어필할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평가 기관에서 부여받은 고(高)등급은 기업의 자랑거리가 된다. 다만 시각을 '국내'로만 한정 지으면 그만일까? 해외 기업과 경쟁 중인 대기업들의 ESG 경쟁 무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다. 국내 기관과 글로벌 기관이 부여하는 ESG 등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 지, 글로벌 기관이 평가한 국내 대기업들의 ESG 등급은 어떠한지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작년 에쓰오일(S-Oil)의 ESG 등급은 A+다. 최상위 등급은 S등급이지만 S등급을 받은 비금융 기업은 없었기 때문에 A+는 사실상 최고 등급이다.하지만 ESG 점수 혹은 등급을 자체 평가하는 글로벌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는 사뭇 달랐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Limited)은 에쓰오일의 ESG 점수를 100점 만점에 23점을 부여했다. 국내 기관의 등급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결과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역시 에쓰오일에 ESG 등급으로 'BB(작년 10월 부여)' 등급을 부여했다. BB 등급은 총 7개 등급 중 하위에서 3번째 등급으로 평균 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이다.
에쓰오일의 낮은 점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환경(E)이다. LGIM은 100점 만점 중 8점을 매겼다. 사실 이런 낮은 점수는 에쓰오일이 영위하는 사업(정유·석유화학) 특성 상 어쩔수 없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주장이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에쓰오일의 환경 점수가 낮게 평가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 호주의 암폴(Ampol)사의 경우 환경 점수에서 37점, 일본의 이데미츠 흥산(Idemitsu Kosan)은 22점을 받으며 에쓰오일을 앞섰다. 중국의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역시 100점 만점에 14점으로 에쓰오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쓰오일의 환경 점수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탄소배출과 관련한 사안 때문이었다. LGIM은 탄소배출의 정도를 회사가 창출한 수익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부분에서 LGIM은 에쓰오일에 설정한 글로벌 최저 기준보다 미만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에쓰오일이 탄소배출과 관련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10월 개발도상국에 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청정개발체제 사업체인 '글로리엔텍'에 투자해 방글라데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연간 1만3000톤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10점이 채 안되는 환경 점수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회(S) 평가 역시 LGIM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00점 만점중 19점을 받았다. 일본의 이데미츠 흥산(12점), 페트로차이나(13점)보다는 높은 점수지만 국내 평가와 비교했을 때 온도 차가 극명한 점수다.
가장 큰 문제는 이사회의 다양성이었다. LGIM은 이사회에 최소한 30%의 여성 임원을 두는 것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의 등기임원진 11명 중 여성 임원은 2명(신미남 사외이사·Jungsoon Janice Lee 사외이사)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18%다.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내이사진들에는 전원 남성으로 채워진 것도 감점 요소로 드러났다.
부패방지관련 정책(Bribery and corruption policy)과 차별금지관련 정책(Discrimination policy), 공급망 정책(Supply chain policy)과 관련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세 평가 모두 글로벌 최저 기준보다 미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위안인 점은 지배구조(G) 평가다. 에쓰오일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평가 기관들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LGIM은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Independence of the Chair) 면에서 글로벌 최저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IM은 여타 국내·외 ESG 평가 기관과 마찬가지로 이사회 의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해야 회사와 투자자들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에쓰오일의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각각 후세인 A. 알 카타니와 김철수 사외이사다.
또 감사위원회의 전문성(Audit committee expertise)에도 합격점을 줬다. LGIM은 감사위원회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규정한 '재무 전문가'를 적어도 한 명 포함하는 것을 권고한다. 현재 에쓰오일의 감사위원회에는 뉴욕주립대학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금융위원회 감리위원 직을 맡고 있는 황인태 사외이사가 있다.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역시 에쓰오일의 ESG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리스크 관리만큼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평가 기관의 경우 환경이나 사회 측면에서 국내 평가 기관의 평가 기준이 훨씬 엄격한 측면이 있다"라면서 "정유·석유화학 회사라는 특성 상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는 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ESG 모든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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