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사상 첫 영업적자…'AA'급 사수 난항 면세점·호텔 업황 회복 지연...올해 실적 전망도 불투명
김수정 기자공개 2021-02-17 13:01:13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5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신라(AA-, 안정적)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냈다. 자칫하면 신용등급이 A등급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신용평가사는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작년 말 호텔신라 등급을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주 사업인 면세점·호텔업 사업환경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호텔신라가 언제 제자리를 찾을 지도 예단할 수 없다. 만약 올해도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면 추가 등급 하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매출 반토막, 영업손실 2000억 육박
호텔신라는 2020년 영업손실 1853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가 연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매출액은 3조1881억원으로 2019년 대비 44.2% 줄었다.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마저 밑도는 실적이다.
호텔신라는 서울과 제주에서 특1급 호텔 2곳을, 수도권과 제주, 울산 등에서 비즈니스호텔(신라스테이)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제주 등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 싱가포르·홍콩·마카오 공항 면세점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들 호텔과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면서 지난해 사상 최악의 1년을 보냈다. 세계 각국이 국가간 이동과 호텔, 면세점, 공연장 등 다중시설 이용을 강력하게 제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매출 비중 90% 안팎의 메인 수익원인 면세점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크레딧업계는 이 같은 악재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에 나섰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작년 12월 호텔신라 신용등급을 'AA-'로 1노치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확대, 그리고 이로 인한 재무 부담 심화 등을 등급 하향 근거로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외 전염성 질환 확산으로 실적이 저하되고 있으며 당분간 재무안정성 개선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영업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사업적 지위와 보유 자산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는 호텔신라 등급 조정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지속 기간과 전개 양상, 이에 따른 영업실적과 재무 안정성 변동 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업 실적과 재무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 결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올해도 국가간 입국제한...실적 개선 가능성 작아
작년 실적만 놓고 보면 호텔신라는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하향 트리거를 상당 부분 충족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구체적인 지표 없이 영업실적 부진, 재무지표 악화 등을 하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반대로 영업수익성 향상, 재무 안정화 등을 상향 검토 요인으로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져 부채비율이 450%를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면 등급 하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순차입금/EBITDA 5.5배 초과'와 '차입금의존도 45% 초과'를 하향 검토 조건으로 설정했다.
호텔신라가 제공한 잠정실적 자료에 따르면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는 작년 386억원으로 2019년 5151억원 대비 92.5% 감소했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EBITDA/매출액 비율은 1.2%로 2019년(9.2%)보다 크게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2019년 284%에서 지난해 364%로 80%포인트 상승했다.
순차입금 잠정치는 공개되지 않아 관련 지표를 산출할 수 없지만 작년 3분기 보고서 수치를 통해 가늠해볼 수는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EBITDA 지표와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5.8배와 54.3%를 기록했다.
호텔신라가 AA급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예년 수준 실적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가간 입국 제한 조치가 올해 안에 풀리긴 어려워 보인다"며 "이에 면세점 업황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되며 호텔과 레저 부문도 불확실성이 커 실적 개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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