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시장에도 'KB' 새긴다, 글로벌 경쟁력 충분" 박성원 KB증권 IB1총괄본부 부사장
피혜림 기자공개 2021-03-02 13:22:2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 DCM 조직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지난해 홍콩법인에 신디케이트 조직을 갖추는 등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사업부 목표 중 하나로 '글로벌DCM'을 택하고 관련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포부도 남다르다. 국내 DCM 1등 하우스로서, 해외 채권 발행 업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커버리지와 리서치 역량이 상당한 데다 국내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건 외국계가 아닌 한국계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트랙 레코드가 부족하다는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빠르게 탈피하겠다는 각오다.
'글로벌DCM'이라는 목표가 한국물 진출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기업의 국내 조달을 뒷받침해 한국 DCM 시장의 글로벌화 역시 꾀하고 있다. 한국 DCM 시장을 세계 각국 기업의 조달처로 성장시키는데 앞장설 전망이다.
◇10년 연속 DCM 1등, 한국물 주관 역량도 충분
'국내 DCM 1등 증권사' KB증권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원 IB총괄1본부 부사장(사진)은 "올해 DCM 사업부의 목표는 글로벌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며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진출 행보와 한국 위상에 발맞춰 DCM 분야 역시 해외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가 진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해외 채권은 한국물이다. 한국물은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이슈어가 국내사라는 점에서 커버리지 역량과의 연계도가 높다.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진출하기도 했으나 적정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주춤해진 상황이다.
KB증권은 과감히 한국물 진출에 나섰다. 국내냐 해외냐의 차이일 뿐 동일한 DCM 채권 상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국내 IB 역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국내 1등 DCM 하우스로서의 포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부사장은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 IB도 기업들의 진출에 맞춰 함께 해외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IB의 실력은 됐다"며 "커버리지나 리서치 역량은 글로벌 하우스와 비교해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홍콩법인 내 신디케이트 조직 구축으로 해외 채널 보완에도 나섰다. 해외 IB 및 투자자와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갖춰 본사 DCM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든 것이다. 동시에 홍콩법인에서 한국물 업무를 담당했던 이사급 인력을 영입해 곧바로 실무에 돌입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췄다.
성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KB캐피탈의 유로본드(RegS) 데뷔전에서 처음으로 주관사단으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 1월에는 한국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 딜에서 북러너(book runner)로 참여했다. 한국물 발행을 준비 중인 KB국민카드 딜에서도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탄탄한 트랙 레코드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유동성이 풍부한 현 시점을 한국물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적기로 주목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을 이유로 한국물 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기가 쉽지 않았다. 딜 이력이 없는 탓에 역량을 갖추고도 진입장벽에 가로막히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유동성 강세가 두드러지자 개별 하우스별 역량 편차가 희미해지고 있다. 박 부사장은 "최근 한국물 시장은 수요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며 "트랙 레코드를 기준으로 외국계 증권사에 주관 업무를 나눠주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계 IB의 강점으로 꼽히던 로드쇼 역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그들의 경쟁력은 더욱 희미해졌다"고 덧붙였다.
◇해외기업 조달 지원, 국내 시장 성장 뒷받침할 것
한국물 진출을 통한 해외 시장 확대와 더불어 국내 시장을 글로벌화하는 것도 KB증권의 목표다. 해외 기업들의 한국 조달시장 진출 역시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다.
KB증권의 이같은 계획은 현실화되고 있다. 2018년 중국 국유기업 길림시철로투자개발유한공사의 김치본드 발행을 이끈 데 이어 2019년 중국동방항공의 아리랑본드 발행 주관사로 활약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한 KB금융그룹과의 협업 등으로 현지 기업의 국내 조달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전망이다.
박 부사장은 "국내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데다 저금리 기조 심화로 투자시장 내 고금리 상품을 갈망하는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라며 "해외 기업의 국내 조달을 지원해 한국 시장을 글로벌 시장의 중심 중 하나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을 주목했다. 대만은 해외 기업의 역내 채권 발행 규제 등을 완화해 채권 시장을 성장시켰다. 국내 역시 공시 의무 등이 면제되는 QIB채권 등을 활용해 DCM 시장의 글로벌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국내 증권사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발행사의 관점 변화 역시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국내 IB"라며 "한두명의 인력이 국내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외국계와 달리, 국내 증권사는 다수의 RM이 이슈어를 커버하는 등 전문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역량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만큼 국내 IB가 한국물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국내 IB 활용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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