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바꾸는' 진에어, 신사업·자본확충 준비 돌입 항공기 정비업 명시·발행가능주식 총수 확대…"모든 가능성 대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11 11:02:3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불확실한 미래 대비에 나선다.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 총수도 확대한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만큼 가능한 모든 준비를 마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진어에는 오는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교육훈련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재무제표 승인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건 정관 변경안이다. 회사 정관상 사업목적에 '항공기 정비업'을 추가하는 내용을 추진한다. 해당 안건이 주총 문턱을 넘으면 △항공여객운송업 △항공화물운송업 △면세물품 및 토산품 판매업 △여행상품 판매업 등 기존에 진에어가 해오던 사업 외 정비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진에어는 항공기 정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대한항공에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해 왔다. 가능한 직접 정비를 하되 인력이나 장비 등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 대해서는 같은 한진그룹 계열인 대한항공에 맡겼다.
이번에 별도로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한다는 건 제3자 대상 정비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는 의미다. 자체 역량을 갖추고 있는 부분에 한해서다. 고객은 기타 LCC나 외항사 등이 될 수 있다. 기존 여객이나 화물 운송업 외 부가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은 셈이다.
물론 정관 변경이 반드시 신사업 진출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진출을 위한 근거 마련 차원에서 정관에 명시하더라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건 역시 가능성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국제선 하늘길이 막혀 고객 확보 자체가 어렵다. 사실상 항공 업황이 정상화된 다음 사업성을 따져 진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를 상대로 정비업을 하려면 정관상 사업목적을 추가해야 한다"며 "당장 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국제선이 활발해지면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일단 근거 조항을 만들어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 총수도 확대한다. 기존 1억주에서 2억주로 대폭 늘리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추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 조달을 추진할 때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진에어가 기발행한 주식총수는 4500만주다. 이전까진 3000만주였으나 작년 말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1500만주를 새로 발행했다.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 총수는 1억주로 굳이 한도를 늘리지 않아도 이미 5500만주의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두배로 확대하려는 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적시' 대응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해 언제든 급히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본을 확충하려고 하려는데 발행가능한 주식 총수에 여유가 없으면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 소집 공고 등 적잖은 시간이 소요돼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기 주총에서 여유 있게 늘려 놓으려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국제선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N차 대유행' 가능성이 남아있는데다 확진자 증가세가 잠잠해지더라도 여객심리가 회복돼 실제 수요로 이어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재현 한국교통연구원(KOTI) 연구위원은 작년 말 한국항공협회가 주최한 항공산업전망세미나에서 "항공산업이 정상화되기까진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항공여객 수요가 이르면 2022년 4월, 늦으면 2023년 이후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곳간이 비어버린 항공사들은 유·무급휴직 등 각종 비용절감을 실시하며 무작정 버티고 있는 상태다. 작년 말 유증 등으로 조달한 자금도 사실상 바닥이 드러났다. LCC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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