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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미래에셋, 관여활동 전략 ‘공개→비공개’ 전환⑤미미한 지분율 한계 극복 차원...코드 도입 이후 총 9건 관여활동

이효범 기자공개 2021-03-25 13:00:48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개 방식으로 진행했던 주주 관여활동을 지난해 비공개로 전환했다. 공개 주주서한으로 투자기업을 압박해왔던 스탠스를 전면수정한 셈이다. 비공개 전략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배경이다.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가치 개선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았으나 미미한 지분율로 인한 한계를 체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공개 방식으로 온건한 활동을 지향하는 대신 좀 더 빈번한 활동으로 전환했다. 다만 투자 수익률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큐리언트·태평양물산 공개서한 효과 '글쎄'…뜸했던 주주관여 재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총 9건의 주주 관여활동을 실시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건에 그쳤으나 작년에만 7건으로 늘었다. 투자기업에 △배당 확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방안 제시 △이사 보수 체계 점검 등을 주제로 주주서한과 대화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실시한 주주 관여활동은 앞서 실시한 활동들과 차별화된다. 모두 비공개로 실시했다는 점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8년, 2019년 각각 큐리언트, 태평양물산 등을 대상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두 기업에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했다.

2018년 큐리언트의 400억원 유상증자에 대해 기존주주의 보유가치를 심각하게 희석하는 것으로 규정, 해명을 요구했다. 큐리언트가 발행하는 보통주 할인율 10%와 전환우선주(CPS) 30% 리픽싱 조항 등이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또 투자기업인 태평양물산의 주가가 2018년 큰폭으로 하락, 경쟁사인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약 30% 할인된 수준으로 떨어졌다.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과도한 부채비율 지목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본사 사옥 및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재임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기관투자가의 공격적인 주주활동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실제로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큐리언트는 당시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태평양물산의 부채비율과 주가도 개선되는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추세가 꺾였다. 본사 사옥 등 유휴자산 매각 방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주활동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태평양물산 보유 지분을 5% 아래로 축소했다.

한동안 관여활동이 뜸했지만 지난해부터 공개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비공개 방식으로 투자기업과 소통했다. 공개 주주서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압박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이끌어 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특히 오너 등의 확고한 지배력을 갖춘 기업인 경우 미미한 지분율을 가진 기관투자가로서 대립각을 세운 관여활동을 실시하는데 한계를 체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관여활동을 실시하는 이유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기업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개적인 방식으로 압박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펀드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지 않아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한층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주관여활동 내역(출처 : 수탁자책임이행보고서)

◇비공개 활동 효과 '불투명'…주주관여 강화 기조 지속

지난해 비공개로 실시한 주주관여 활동을 통해 일정 수준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A기업은 2019년도 회계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내부회계관리 비적정으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콜옵션 및 풋옵션이 부여돼 있는 전환사채 평가에 있어 회사 측과 외부감사인 간 견해 차이가 발행했다. 외부감사인이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요구한 것이 비적정 의견을 받은 사유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투자규모는 약 270억원으로, 이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비공개 대화를 통해 요청했다. A기업은 회계팀 인력 보강 및 분업 체계화를 통해 내부회계관리를 강화했다. 또 복수의 외부회계법인 컨설팅을 받기로 하고, 결산자료 제출일정 등을 자체 수립하는 등 내부 프로세스 개선했다. 특히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환사채 발행도 자제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주 관여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펀드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관여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공개 방식의 관여활동이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해 일부 기업들에게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지만 이에 호응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었다. 이 경우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제무제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향후 행사할 계획이다. 또 투자기업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러나 관여활동 강화 기조를 올해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튜어드십본부를 중심으로 관여활동이 필요한 투자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관여활동에 대한 자문을 받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같은 활동을 앞으로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난해 말 주주 관여활동 자문사 2곳과 계약을 맺었으며 관련 보고서 등을 제공받아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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