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채권투자의 '글로벌 스탠더드' 최장원 FI사업본부장③금융업계 '토대' 채권에 매료, 담보부사채 등 선진전략 도입 '선구자'
허인혜 기자공개 2021-03-18 13:10:55
[편집자주]
1988년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은 설립 30년을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생명과의 공조로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한화운용은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 거점에 진출하며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필두로 임직원을 5년 만에 2배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흔들림없이 일궜다.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운 한화운용은 105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톱티어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장원 한화자산운용 FI사업본부장은 그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다. 표준을 따른 상품이 신뢰의 밑바탕이라는 일념으로 투자판단을 이어왔다. 외환위기 시절 채권을 예탁결제원에 맡기며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담보부사채 투자의 문을 처음으로 연 인물이 최 본부장이다. 리드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매일 이뤄지는 국제시장 모니터링과 성과평가로 정교한 투자를 추구한다. '한화자산운용의 채권펀드'라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다는 시장신뢰와 자부심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자산관리의 '기초' 채권에 매력…선진 투자전략 '도전장'
최 본부장은 국내 금융투자의 '큰손'인 보험사에서 금융투자업의 첫 발을 뗐다. 1969년생인 최 본부장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제자산운용전문가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동국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1996년 DB손해보험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DB손보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본사의 각 부문 업무와 지점들을 두루 경험하도록 했다. 자산운용부가 최 본부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중에서도 채권이 매력적이었다. 당시 DB손보의 운용자산이 1조원이었는데 이중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2대8이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채권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느꼈다.
채권이 금융시장의 근간이라는 판단도 최 본부장이 채권에 빠지게 한 요소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채권시장이 격변하면서 시가평가가 최초로 도입됐고 발행량과 시장의 규모, 변동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채권의 리스크관리 전략은 투자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초가 모두 녹아있는 축소판과 같았다. 채권이 곧 금융상품의 기초라는 깨달음은 그를 현재까지 채권 전문가로 이끈 방향키였다.
발전과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최 본부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내 채권투자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의 발걸음은 최 본부장과 함께 했다. 채권운용과 도전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최 본부장은 그 간극을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준점으로 좁혔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해 시장을 선도한 인물이 그다.
입사 직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동서증권, 고려증권 등 굵직한 증권사도 맥을 못췄다. 채권 회수도 불가능했다. 위기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채권을 1등 증권사에 무료로 맡기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현대증권의 문을 두드렸다. 최 본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선진국의 사례를 떠올려보니 주식시장의 기준인 예탁결제원에 채권을 맡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달 150만원의 예탁수수료가 있었지만 대의를 위한 작은 손해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최 본부장이 처음으로 예탁결제원에 채권을 예탁하면서 모든 증권사가 발자취를 따랐다.
선구자적 면모는 선진 투자기법 도입에서도 엿보인다. 1990년대 말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했던 담보부사채 투자를 처음으로 집행했다. 1999년 동양백화점의 신용도는 'BB0' 수준이었다.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자 동양백화점에서 담보부사채 개념을 제안했다. 동양백화점의 인지도는 높았지만 섣불리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신용도가 걸림돌이었다. 4년차 사원이던 최 본부장은 그 길로 대전에 내려가 대전 시내 백화점을 모두 돌았다. '동양백화점은 1위를 뺏기지 않는다'는 결론을 안고 서울로 돌아와 투자를 단행했다. 상장 후 주가가 5000원에서 2만원까지 늘면서 성공적인 투자 선례를 만들었다.
한화그룹에는 2004년 합류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한화생명의 요직을 역임했다. 한화생명 퇴직계정운용 파트장을 끝으로 2014년 한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LDI팀장을 거쳐 FI사업본부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에서도 도전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상품이 회사채 펀드다. '코리아밸류'와 '쏠쏠한 대한민국' 등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반 투자자가 회사채에 투자하는 길은 요원했다. 최 본부장은 "금융의 기본적인 목적이 산업발전의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회사채는 채권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또 회사채 펀드의 매력이 높은 이자수익률인 만큼 고객에게 긍정적인 성과를 돌려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데이터가 곧 펀드의 힘" 리서치의 '정수' 선도
최 본부장은 재무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이 펀드 전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최 본부장은 "채권투자의 속성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창출이라면 그 방법론은 정량적인 데이터 분석"이라며 "아무리 솜씨가 좋은 요리사와 양질의 재료를 준비하더라도 100만원으로 재료를 사서 50만원어치만 활용한다면 절반을 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무데이터 분석은 한화자산운용 FI부문의 '정수'로 꼽힌다. 발전적인 성향의 최 본부장이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금융투자업계의 관행에서 탈피해 리드 포트폴리오의 개념을 도입했다. 리드 포트폴리오가 채권투자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최 본부장의 혜안이 발휘됐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주식투자에서 나온 개념으로 '코스피200' 등의 벤치마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채권의 경우 종목과 규모, 수익자, 듀레이션, 펀드의 투자목표가 모두 달라 벤치마크 지수를 따르는 게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이다. 모델 포트폴리오만 수십개를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컸다.
대표성이 있는 채권을 모아 하나의 바스켓에 넣은 뒤 전체 채권펀드와 코딩으로 연결한 리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대표성이 있는 채권은 유동성을 기준으로 거른다. 예컨대 A회사가 10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한다고 해도 100억 단위로 거래가 되면 거래 참가자가 10명에 불과해 기준점으로 삼지 못한다.
개념은 쉽지만 적용은 어려웠다. 적합한 채권을 하나하나 발라내야 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시스템을 실제 투자환경에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리서치인력 확보다. 최 본부장은 리서치인력을 전략부문으로 승격하고 인원도 10명 이상 배치해 펀드 매니저와 규모를 맞췄다. 이중 절반 이상이 직접 코딩작업을 할 만큼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시스템 개발로 FI본부 펀드는 정밀화된 퀀트 데이터를 주요 소스로 활용한다. 전략인원과 운용역은 타임아웃제와 월간 회의 등에서 데이터 기반의 논의를 진행한다.
최 본부장은 "재무데이터를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데 왜 내부적으로 또 다시 데이터 가공을 해야하느냐는 질문도 받는다"며 "하지만 펀드 운용역과 전략부문 인력이 매일 데이터를 정비한다는 것은 오늘 확보한 데이터에서 어제의 데이터를 연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의 유동성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나침반'…'이유있는 언더퍼폼' 수용하는 배포
운용역의 방향을 잡아줄 때도 데이터는 중요한 요소다. FI본부는 매일 아침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책상에 올려둔다. 언뜻 채찍이 연상되지만 결과로 책망하지 않는다. 펀드매니저의 '나침반'이 목표다. 종목별 아웃퍼폼과 언더퍼폼 실적이 모두 나오는 세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매니저의 목표치 대비 언더퍼폼을 했더라도 매니저가 추구한 전략과 일맥상통하면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최 본부장은 '시대를 앞서 나간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다. 후배 매니저들을 이끌 때도 마찬가지다. 최 본부장은 "운용역들은 강한 개성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으로 운용역들의 방향을 정하고 몰아세우지 않는 일이다"라며 "전체적인 방향은 이렇고, 시장의 상황은 이러하니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를 동등한 입장에서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시스템 발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채권 데이터 웹사이트가 첫 번째 목표다. 최 본부장은 "채권투자가 기관투자자만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에게도 유효한 전략"이라며 "예금이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이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면 개인투자자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미래 먹거리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꼽았다. 한화운용은 전체 채권 펀드에 ESG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부터 ESG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개선 가능성이다. 예컨대 화학관련 기업을 모두 제하기보다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비중을 넓혀가는 식이다.
최 본부장은 "과거 투자했던 채권 포트폴리오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보다 신규 투자는 되도록 ESG에 맞춰 투자하고 기존의 포트폴리오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한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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