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하우스 新로드]'리부팅' 가치투자, 가치·성장 '이분법' 시대 끝났다①경기개선·금리상승에 가치투자 '재주목'…획일적 가치투자 개념 재해석, 패러다임 변화
허인혜 기자공개 2021-03-31 13:11:50
[편집자주]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재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양분화하는 사고를 바꾸고 큰 틀의 가치투자 정신 아래 성장주 투자도 가치투자로 포용하는 운용사가 늘었다. 글로벌 경기부양책과 금리상승기를 맞아 전통적인 전략의 가치투자가 다시 부활하리라는 기대감도 꿈틀댄다. 더벨이 국내 가치투자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하우스별 전망과 비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떠나지만 가치투자의 시대는 다시 돌아옵니다."'가치투자 대가'로 수많은 키즈를 양산했던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이 전 대표의 말처럼 가치투자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금리상승 시그널이 찾아오면서다.
가치투자의 스타일도 변화하고 있다. '딥밸류' 스타일의 가치투자가 몇 년간 부침을 겪으면서다. 더 이상 가치주와 성장주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리서치 중심의 투자라면 성장주를 매수하더라도 가치투자로 분류하는 운용사도 늘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가 올해 시장에서 빛을 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부양책, 금리상승기와 더불어 '주린이', '동학개미운동'처럼 시세를 보고 뛰어드는 투자가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포화를 맞은 가치주에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 찾아왔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가치주 정의 바뀐다 "가치주·성장주 획일화 바람직하지 않아"
미국 등 주요국가가 강력한 경기회복 정책을 펼치면서 가치투자가 되살아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망은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가치주 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이 8%에 가깝다. 지난 한해 날았던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펀드 대비 아웃퍼폼이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편의상 구분한다면 가치주는 현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성장주는 미래 잠재가치를 띈 종목이다. 지난 몇 년 간 성장주와 가치주의 대결에서는 성장주가 완승했다. 지난 한해는 가치주의 부침이 더욱 심했다. 기술주 주도로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가치주가 성장주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이 전 대표의 사임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는 국내 첫 가치투자 펀드 '밸류 이채원 1호'를 운용한 이후 현재까지 가치투자 철학을 유지해 왔다. 대부의 퇴임과 가치주의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가치투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이제는 가치주와 성장주를 획일화한 분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나누는 시대가 무의미하다는 인식은 글로벌 경향이다. 오크트리캐피털 하워드 막스 회장은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성장주와 가치주를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사고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딥밸류 중심의 가치투자에도 회의감을 보였다.
가장 큰 근거는 정보접근성이다. 정보가 범람하면서 가치투자 전문가만 접할 수 있는 '알짜 정보'가 전에 없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하워드 막스 회장의 투자메모는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이 '반드시 읽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치투자 2세대'로 불리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가치주와 성장주의 이분법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미국에서 수십년전부터 흘러나왔다"며 "가치주 투자와 가치투자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는 가치투자자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주를 접고 가치주로 가야하는가, 그 반대인가의 논의는 주식집단의 트렌드인 '스타일 로테이션'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런 방식의 마켓전략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가치투자, 부흥기 온다…하우스별 색깔·전략 달라
전문가들은 가치투자의 일몰보다 가치투자의 재해석에 방점을 찍었다. 위기를 맞은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부진했던 딥밸류 스타일의 가치투자와 다른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성장주라도 리서치에 입각한 투자라면 마다하지 않은 운용사가 늘었다.
대표적인 자산운용사가 한국투자밸류운용이다. 이석로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돈 벌어주는 운용사'를 목표했다. 수익률이 회복될 수 있다면 성장주 투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성장주가 '성장주'라서가 아니라 가치투자 가치가 충분한데도 성장주라고 투자에서 배척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자산비율(PBR)이 투자결정을 좌우하기보다 성장가치, 시장지배력 등을 따져 저평가 종목을 찾는 것까지를 가치투자로 봤다.
금대기 한국투자밸류 상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가치투자의 개념은 딥밸류에 가깝지만 성장가치도 가치투자 안에 포함된다"며 "직전에는 딥밸류 중심의 투자가 많았지만 최근 젊은 가치투자 운용역들은 바이오나 IT등 성장가치 쪽에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하는 양상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성장가치주에 더 투자하자는 개념이라기보다 최근 동향은 전통적 가치주도 주가가 상승한다는 점에서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랜 기간 이어온 가치투자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가치투자 하우스도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가치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기에 적기'라는 평을 내렸다. 지수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치투자의 성과가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허 대표는 이 전 대표와 더불어 '가치투자 1세대'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허 대표는 "신영운용은 절대 투자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대전제를 목표한다"며 "검증된 회사인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회사인가가 투자 기준이지만 그런 회사 중에서도 매출 전망만 있다거나 시장 기대만 부여된 회사라면 투자하기 어렵지 않겠나"고 답했다.
이어 "투자 스타일도 점점 길어질 것으로 본다. 눈앞에 보이는 시세로 투자를 감행하는 초보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이렇게 심하면 투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를 한 뒤 발 뻗고 잘 수 있는 기업 중심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시장 상황이 가치투자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가치투자와 성장투자의 평균적인 사이클과 경기상황에 따라 가치투자가 잠시 부진했지만 앞으로는 시장 환경과 투자 스타일이 가치투자를 뒷받침하리라는 전망이다. 성장주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른 점도 가치주 투자에 힘을 싣는다.
강대권 전 유경PSG자산운용 CIO는 "올해 연간으로 볼 때는 딥밸류 중심의 가치투자도 긍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며 "가치주로 분류되는 경기 민감주 유통과 여행, 화학, 철강 등이 지난해 너무 좋지 않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전년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민국 브이아이피(VIP)자산운용 대표는 "각 산업별로 전통적인 가치주에서 딥밸류 전략으로 성과를 낼 만한 근거들이 보인다"며 "지난해 1~2분기에 금융과 자재, 자동차 부품 등 눌려있던 종목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성과가 나빴던 만큼 리레이팅될 기회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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