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주총안건 고심 역력 지배구조원 등 자문기관별 목소리 극명히 대조
김병윤 기자공개 2021-03-25 07:55:1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공단이 각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안을 결정한 가운데 막판까지 고심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세부 사안을 두고 의결권 자문기관 두 곳의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긴 고민을 마친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지난 23일 '2021년도 제10차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을 포함 전체 10개의 안건을 다뤘다. 오후 3시30분경부터 시작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저녁 8시30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건을 다룬 것으로 파악된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의결권 행사의 방향을 직접 검토·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다.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까지 올라가게 된 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 자문기관별 목소리가 엇갈려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예민한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간 의견이 확연히 대조된 탓이다.
큰 틀에서 대신경제연구소는 박철완 상무 측이 제시한 '주주제안'에 힘을 실었다. 기존 이사회·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 전체 6가지 세부 안건 가운데 4가지를 주주제안에 찬성했다.
다만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수적 스탠스를 보였다. 3명 가운데 1명만 주주제안에 찬성했고, 2명을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번 주주총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배당 관련, 이익잉여금처분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이사회안에 조건부 찬성(감사의견 '적정' 조건)했다. 주주제안이 이사회안 대비 3배에 달하는 등 자칫 재무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대신경제연구소와 크게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경영권 향방에 중요한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이사회가 제시한 건에 모두 찬성했다. 금호석유화학에 심각한 경영실패가 발생하지 않았고, 경영권 교체가 시급한 수준의 기업가치 훼손 또한 발생한 이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3명 선임의 건 △사외이사 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 6개 세부 안건 가운데 4개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제시한 데 찬성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는 대신경제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주주제안에 찬성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다.
반면 이익잉여금처분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대신경제연구소와는 반대로 주주제안에 손을 들어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잉여현금흐름의 유입 등을 고려할 때 배당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 두 곳이 너무나도 다른 목소리는 낸 터라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었다"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 예정된 금호석유화학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회사 측이 제시한 안건에 힘을 싣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진행 뒤 △이익잉여금처분 승인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안에 찬성키로 결정했다. 사내이나 선임의 건의 경우 이사회안과 주주제안에 모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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