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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포스코케미칼]ESG 경영 구현할 '로드맵'은⑤'안전경영' 강조 불구 사고 여전…이사회 유일 현장전문가 민경준 사장 '징계'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26 10: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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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이 이사회 지배구조와 기능을 확대 개편할 계획인 가운데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힘싣고 있는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경영을 어떻게 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ESG 경영에 대한 회사 안팎의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달 15일 5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연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포스코케미칼은 강화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신속한 투자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 확보 △안전경영 실현 △ESG 경영과 소통 확대 등을 더욱 발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화된 이사회는 이사 수 충원과 신임 이사 커리어를 포괄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2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3명으로 늘리면서 포스코케미칼 이사회 멤버는 6명으로 확대됐다. 신규 선임된 이사는 총 3명이다. 김주현 기획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웅범 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과 김원용 김장법률사무소 미래사회연구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케미칼이 밝힌 경영 목표 가운데 '미래 성장을 위한 신속한 투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는 김주현 기획지원본부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 확보'는 이웅범 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영입으로 설명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차전지를 비롯한 에너지 소재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안전경영 실현', ' ESG 경영과 소통 확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사회 내부에 안전경영이나 ESG와 관련된 전문가도 없다. 때문에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구색 맞추기' 용 구호가 아니냐란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17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잇따르고 있는 포스코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회장으로서 안전경영을 실현할 때까지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면서 "안전 책임 담당자를 사장급으로 격상하도록 해 안전이 가장 최우선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ESG경영 역시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경영 이념이다.

공교롭게도 포스코케미칼 주총 바로 다음날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포항 라임공장(생석회 소성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민경준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감봉 6개월, 라임화성본부장과 라임화성실장은 직책 해임, 설비기술실장·경영지원실장은 각각 감봉 3개월, 감봉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선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첫 안전사고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강도높은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징계위원회 등이 어떻게 꾸려지고, 징계 근거가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징계 조치 관련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관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 사장을 포함한 강도 높은 징계가 눈길을 끈다. 민 사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현장 전문가로 분류된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4년 포항제철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열연부장, 품질기술부장, 압연담당 부소장을 역임했다. 광양제철소 압연담당 부소장,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을 거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 법인장을 지냈다.

제조기업의 경우 이사회 멤버로 공장장 등 현장 출신이 한명씩은 전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코케미칼의 모기업인 포스코만 하더라도 감학동 철강부문장(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소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본부장 등을 지내 생산 현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포스코케미칼과 업종은 다르지만 대표적인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울산공장장과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을 지낸 하언태 사장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현장 경험이 있는 생산 전문가는 민 사장이 유일하다.

업계는 포스코케미칼이 이사회를 강화하면서 안전경영 실현과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만큼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이사회 산하에 소위원회가 전무하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꾸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모기업 포스코의 사례처럼 산하에 ESG위원회 등을 추가로 신설할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안전사고 관련 징계 조치는 이사회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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