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단출한 위원회 구성 따를까②성장 가로막는 안전 리스크...특화된 위원회 구성 필요성 제기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30 09:29:3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LG에너지솔루션(LGES)은 아직 이사회 산하 별도 위원회가 없다. 출범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다.다만 LGES는 출범 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는 약속을 하는 등 상장사 못지 않은 투명한 경영 체계를 갖추겠다고 공언했던 곳이다. 이제 막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 받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한 기업인 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 이사회를 요구받고 있는 곳이 LGES다.
특히나 최근 LGES의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들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이은 리콜과 더불어 현대자동차의 코나EV 리콜, SK이노베이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 등 재무적·비재무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리스크들이 산재돼 있다. 실제 이런 리스크들은 LGES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는다.
업계는 LGES가 이사회 차원에서 이와 같은 리스크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모회사인 LG화학이나 중후장대 산업군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항상 중대사고가 터진 후 조직이나 시스템을 개혁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라며 "그 중 일부는 안전 관련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 몇 명을 단순히 영입하는 등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조치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사회 내 위원회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보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쪽이 책임경영체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물적 분할 이전 LG화학 역시 거대한 기업 규모와는 달리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3곳(△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으로 단출했다. 이중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라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다. 사실상 자발적으로 만든 위원회인 경영위원회는 신학철 부회장과 차동석 부사장(CFO) 만이 속해있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LGES도 상장 이후에는 상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설치 위원회들을 설치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수준 높은 이사회 경영을 위해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고'의 영역은 외부의 감시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생산 과정 상의 결함이나 부실함은 내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안전 관련 외부 전문가를 등기임원으로 영입하고 안전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 차원에서 각종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듀폰(Dupont)의 경우 이사회 산하에 환경·보건·안전·지속가능경영 위원회(Environment, Health & Safety & Sustainability Committee)를 갖추고 있다. 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회사의 환경·보건·안전·보안(EHS&S)와 관련한 현 회사 정책과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이사회에 보완 사안 등을 제안하는 의무를 갖는다. 또 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EHS&S 관련 사안을 사전 파악해 이사회에 전달해야 하는 의무도 갖는다.
LGES의 글로벌 경쟁사인 중국의 CATL의 경우에도 이사회 산하에 △전략위원회(Strategy Committee)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 △보상위원회(Remuneration and Assessment Committee) △이사후보추천위원회(Nomination Committee)를 갖추고 있다.
안전사고 관련 이슈에 특화한 위원회는 없지만 이사회 차원에서 전문성을 띈 다양한 위원회를 보유하며 잠재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CATL은 22페이지 분량의 회사의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CATL은 안전을 최우선한다', '제품 결함이 발생할 경우 비슷한 결함이 또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CATL은 모든 제품 결함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을 설립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LGES 역시 상장사 지위가 될 경우 이와 같은 행동강령을 투명하게 공개할 전망이지만, 어느 정도의 '디테일'이 담길 지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작년 발행된 모회사 LG화학의 영문 버전 행동강령은 4페이지에 불과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