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일가, 정석기업 지분 '역대 최고가' 매각 보유 부동산 가치 상승 반영한 듯, 한진칼 설정 장부가 1주당 가격보다 2배 비싸
김경태 기자공개 2021-03-30 08:25:45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1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정석기업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정석기업은 비상장사이지만 과거에도 주식이 거래된 바 있다. 이번에 오너일가가 처분한 1주당 가격은 역대 최고가다.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금액으로 추산되는 정석기업 지분 전량 가격은 그룹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시가총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19일 보유 중이던 정석기업 보통주 5만6458주(4.59%) 중 9326주(0.76%)를 29억8432만원에 매각했다. 그의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8만4685주(6.87%) 전량을 270억9920만원에 팔았다. 조현민 한진 부사장 역시 보유 주식 전량(5만6458주, 4.59%)을 180억6656만원에 처분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3명이 매각한 정석기업 주식의 1주당 가격은 32만원이다. 정석기업 지분 거래 사상 최고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가장 최근 거래는 정석기업이 2018년3월22일 고 조양호 회장의 누나인 조현숙씨 보유 주식 전량 4126주(0.33%)를 매입해 자사주로 만든 때다. 1주당 가격은 30만6072원이었다. 3년만에 가치가 4.6% 상승한 셈이다.

정석기업 주식 가격의 상승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석기업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소재한 프라임급오피스빌딩인 한진빌딩 본관과 인천 정석빌딩의 소유주다.
2개 부동산 중 한진빌딩 본관이 서울 도심권역(CBD)에 위치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빌딩 매매가가 올라가면서 한진빌딩 본관의 몸값도 높아졌다. 건물 연면적 4만922㎡(1만2379평)에 평(3.3㎡)당 2500만~3000만원을 대입하면 3094억~3714억원으로 집계된다.
정석기업의 전체 보통주 123만1158주에 이번 오너일가의 1주당 거래가인 32만원을 대입하면 3949억원으로 계산된다. 한진빌딩 본관 가치와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 조 부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고 조 회장이 별세하면서 정석기업 주식을 2019년10월19일에 상속받았다. 다만 조 회장 남매는 한때 정석기업 지분을 보유한 적이 있었다. 3명은 각각 2만3960주(1.28%)를 갖고 있다가 2014년8월27일 한진정보통신에 전부 팔았다. 당시 1주당 가격은 24만7796원이다.
이번에 조 회장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고 일부만 팔았다. 조 전 부사장은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고 상속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삼남매 중 조 부사장만 주주 현황에서 완전히 빠지게 됐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과 이 고문, 조 부사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정석기업 주식을 팔았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개인적 사안으로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분 100% 가치 4000억 수준, 진에어 시가총액 절반 육박
한진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작년초부터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하며 사업효율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석기업은 무풍지대로 남았다. KDB산업은행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정석기업과 보유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KCGI 등 3자연합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지분 거래 과정에서 정석기업 지분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경영위기에 실탄 조달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오너일가의 1주당 매각가를 적용한 지분 100% 가격(3949억원)은 그룹 LCC 진에어의 이달 2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9158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다른 그룹 상장사 한국공항의 같은날 시가총액 1282억원의 3배를 넘는다.
한진칼이 정석기업의 장부가를 이번 매각가보다 낮게 설정하고 있어 처분시 현금 유입뿐 아니라 대규모 회계적 이익도 가능하다. 한진칼의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석기업 보통주 59만4320주(48.27%)의 장부가를 902억3100만원을 잡고 있다. 1주당 15만1800원 수준이다. 1주당 32만원을 적용하면 1902억원이다.
부동산을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면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외수익 중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현금흐름표에서는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으로 잡히기 때문에 현금흐름 개선 요인이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위세아이텍, 대한소방공제회 사업 수주…데이터 기반 행정 고도화
- [i-point]감성코퍼레이션, 75억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
- [thebell note]글로벌세아그룹의 민간외교
- [thebell interview]"왓타임, 중고시계 1등 플레이어 목표…일본 공략"
- [VC 투자기업]리코, 585억 시리즈C 투자 유치…업박스 고도화
- 오거스트벤처, 영화투자 강자 급부상 '비결은'
- [김화진칼럼]보험 사기
- [리걸테크 스타트업 점검]엘박스, 투자 혹한기 깨고 시리즈C 성료 임박
- [달바글로벌 road to IPO]구주매출 고사한 FI…'오버행 우려' 기우일까
- [모태 2025 1차 정시출자]13곳 몰린 재도약, 나우IB·교보증권 탈락 이변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주주 놀래킨 유증, '톱레벨 영업' 통해 진화 나섰다
- [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미국 눈치보다 생존 먼저, 민감한 시기 '정면돌파'
- [이사회 모니터]삼성SDI, 대표·의장 분리 '다음으로'
- '미전실 출신' 문종승 삼성전자 부사장, 공백 메우기 '전면'
- '후퇴 없는' SK하이닉스, 이사회 시스템 '또 전진'
- [thebell interview]김종윤 비버웍스 대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경쟁력 확고"
- 비버웍스, 시장 격변 넘을 카드 '토털솔루션·인하우스'
- 삼성전자, DX부문 공백 최소화 관건
- 삼성 준감위, 원숙연 위원 연임 '체제 안정' 추구
- '영원한 1등' 꿈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