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뇌관 터질라…금감원, 연체 모니터링 '세분화' 은행권 코로나19 후폭풍 선제 대비, 저금리 대출도 꼼꼼히 관리
김민영 기자공개 2021-03-30 08:59:5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은행의 연체대출 채권을 더 꼼꼼히 관리하기 시작해 배경이 관심을 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출금 상환 유예 프로그램 등으로 연체율은 내려갔으나 부실 확산 정도를 선제적으로 파악해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업무보고서를 개정하면서 은행들로부터 원리금 연체 현황을 세분화해 보고토록 지시했다.
연체 기간에 따라 대출 채권을 여러 개로 나눠 보고하도록 했다. 기존엔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를 기준으로 은행으로부터 연체 채권 말잔, 평잔, 차주 수, 연체율만 보고 받았는데 지난 1월부터는 △1개월 이상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3개월 이상 등 원리금 연체 기간을 나눠 대출 채권(말잔·평잔) 및 차주 수 등을 보고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개월 이상 연체와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을 다르게 관리하기 위해 업무보고서를 수정했다”며 “국회 등 보고 시 원하는 경우가 있어 매월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1개월을 갓 넘은 연체와 3개월 이상 연체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 채권을 세분화해 코로나19 이후 부실 확산 정도를 깐깐하게 들여다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은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대부업체나 채권 추심업체에 매각하는데 올해 들어 3개월 넘은 연체 채권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체대출 채권이란 이자 또는 원금 중 하나라도 약정 기일에 상환되지 않은 대출을 말한다. 이자 또는 분할 상환금의 상환 지체 이외의 사유로 인해 기한이익을 상실한 대출채권, 한도 금액을 초과한 한도 거래 대출채권, 지급보증대지급금, 개설 은행 등으로부터 입금 또는 인수 통보가 없는 매입외환 등이 해당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다. 2019년 1월(0.45%)과 작년 1월(0.41%)보다 각각 0.14%포인트, 0.10%포인트 하락했다. 신규 연체 규모는 2019년 1월 1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월 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가 올해 1월 다시 1조3000억원으로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단순 수치는 양호해 보이지만 코로나19 상환 유예 프로그램 등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올 들어 은행의 원리금 연체 현황을 보다 세분화해 보려는 건 부실 대출이 한꺼번에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그 추이를 미리 꼼꼼히 파악해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동시에 수익성 보고 항목 구간도 약간 손봤다. 금리 구간별 대출잔액 현황을 더 자세하게 구분해 보고하도록 했다. 원화대출금, 대기업대출금, 중소기업대출금, 주택담보대출, 가계신용대출, 기타가계대출, 공공 및 기타자금대출금 등 종류에 따른 대출 현황은 기존 연 20% 이상부터 3% 미만까지 1%포인트 마다 금리 구간을 설정해 보고 받았다. 반면 올해 1월부터는 '3% 미만’ 항목도 △2% 이상 3% 미만 △1% 이상 2% 미만 △1% 미만으로 나눠 보고를 받는다.
은행 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금리 구간의 대출 현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목적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채권 평균 이자율은 2.81%를 기록했다. 은행 대출 이자의 상당 부분이 3% 미만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의 대출금리 수준이 낮아지다 보니 3% 미만 구간의 대출 비중이 커졌다”며 “이 대출을 세부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서 바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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