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SI부터 FI까지 섭렵, '다재다능' 김영종 L&S벤처캐피탈 상무현대차 '사내벤처 지원' 경험 풍부, '딥테크·모빌리티' 최우선 투자
박동우 기자공개 2021-04-01 09:22:4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다양한 역량을 갖추는 데서 경쟁력을 얻는다. 김영종 L&S벤처캐피탈 상무(사진)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스타트업 지원 경험을 쌓았다. 컴퍼니 빌더,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의 능력을 두루 섭렵했다.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과 사업 모델의 희소성을 잣대로 기업을 선별해왔다. 딥테크(원천 기술)를 갖춘 스타트업, 모빌리티 분야의 업체를 지원하는 데 힘썼다. 최근 1000억원대의 '디지털산업혁신펀드 1호' 운용을 총괄하면서 김 상무의 투자 보폭도 한층 넓어졌다.
◇성장스토리 : 현대차 '벤처 투자' 한우물, '모빌리티 산업' 전문가
김 상무는 2000년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배치된 조직이 '벤처플라자'였다. 사내 벤처 육성과 전략적 투자에 초점을 맞춰 발족한 부서였다. 창업 열풍에 부응해 우수한 인력들이 회사 안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해줬다.
사내 창업팀을 도우면서 외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업무도 병행했다. 미디어젠을 발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량이 목소리를 파악한 뒤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이 알아서 작동하는 구상에 매력을 느꼈다. 지원을 계기로 현대차와 미디어젠이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주요 자동차 모델에 음성 인식 시스템을 적용하는 초석을 놨다.
2005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엠앤소프트가 사업 모델을 설계할 당시에도 활약했다. 기술 연구 용역 수주를 벗어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자고 건의했다. IT를 접목해 지도를 안내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매김할 거라는 확신을 품었기에 가능했다.
불혹을 넘길 무렵 새 길을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때마침 주성진 L&S벤처캐피탈 대표가 영입 제안을 해왔다. 김 상무는 "주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경험한 덕분에 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며 "의사 결정의 자율성이 높은 벤처캐피탈에서 투자 역량을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고 회고했다.
2015년 L&S벤처캐피탈에 합류하면서 인생 2막을 열었다. 김 상무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약하는 동안 베팅한 금액은 320억원을 웃돈다. 50여곳의 스타트업에 자금을 집행했다. 딥테크(원천 기술), 모빌리티,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력 투자 분야다.
◇투자철학 : 경영진 커뮤니케이션 역량, 기술·사업모델 희소성 중시
김 상무는 투자할 만한 기업을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과 '희소성'이라고 강조한다. 창업가의 소통 역량이 단연 중요하다. 주주, 직원, 투자자를 상대로 자사의 사업 비전을 기탄없이 설명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기술이 바뀌는 트렌드를 살피는 노력도 치열하다. 주력 사업 모델의 차별성을 따진다. 시장에서 경쟁 플레이어를 능가하는 입지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피투자기업을 선별하면서 '사람'과 '기술'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깊이 각인했다"며 "펀더멘털이 튼튼한 업체라는 확신이 선 뒤에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면서 마일스톤 달성을 돕는 데 힘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1 : '증강현실' 맥스트, IPO 회수 기대주 부상
맥스트는 증강현실(AR) 기술에 특화된 회사다. L&S벤처캐피탈에 둥지를 튼 뒤 처음 투자를 단행한 사례다. 2015년 5억원을 투입한 뒤 2017년에 10억원을 추가로 베팅했다.
L&S벤처캐피탈에 합류하기 전부터 눈여겨봤던 업체였다. 2013년 현대차와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가를 알아봤다. 맥스트는 차량 운전석 주변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대면 각종 버튼의 기능과 사용법 동영상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했다.
김 상무는 "맥스트의 증강현실 개발 키트 'SDK'로 만들어진 앱의 수만 1만개가 넘을 정도로 사업 기반이 탄탄하다"며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 'O2O 플랫폼' 오토앤, 사내벤처 기획부터 관심
오토앤은 김 상무가 현대차 재직 시절 사내 벤처 기획 단계에서 연을 맺은 포트폴리오다. 4년간 지원을 거쳐 2012년 법인으로 분사했다. 차량 용품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중개(O2O) 플랫폼을 지향하는 비전이 흥미로웠다.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소비자 구매 가격을 낮추는 구상에 매력을 느꼈다. 타이어 교체, 튜닝, 세차 등 차량 관리 서비스를 통합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충성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유효한 접근이라고 판단했다. L&S벤처캐피탈은 2016년과 2018년 오토앤에 2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오토앤의 실적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매출은 2018년 426억원, 2019년 516억원에서 지난해 72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상무는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만큼 다각도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평가 : 투자자·창업가 조율 탁월, 벤처업계의 '유니세프'
김현준 슈미트 대표는 2000년대 현대차 벤처플라자에서 김 상무와 한솥밥을 먹었다. 김 대표는 "김 상무는 투자자와 창업가를 원활하게 조율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간혹 스타트업 경영진이 SI 유치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김 상무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할 점과 협업할 만한 사업 아이템을 조목조목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현대차에서 사내 창업팀 CEO를 맡던 2008년에 김 상무를 만났다. 최 센터장은 김 상무에게 '벤처업계의 유니세프(UNICEF)'라는 별명을 붙였다. 신생기업의 성장이 어려움에 부딪칠 때 고민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최 센터장은 "김 상무는 산업계의 최신 트렌드와 주요 경쟁사의 동향을 속속들이 읽는 능력 역시 돋보인다"며 "여타 벤처캐피탈리스트와 달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 벤처기업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을 추동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해낸다"고 평가했다.
◇향후 계획 : '디지털산업혁신펀드 1호' 운용 집중, '그린펀드 결성' 중장기 구상
김 상무는 결성총액 1020억원의 디지털산업혁신펀드 1호를 운용하는 데 집중한다. L&S벤처캐피탈이 산은캐피탈과 함께 위탁운용사(GP)를 이뤘다. 산업기술진흥원, 성장금융, 기업은행, 넥스틴 등을 출자자로 끌어들였다.
올해 안에 250억원가량 투자하는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 전환'과 '산업 파급력'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하는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제조업(스마트 팩토리) △에너지 △모빌리티 △헬스케어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살피는 중이다.
'기후 변화'에 주안점을 둔 블라인드 펀드인 '그린 펀드(green fund)'를 만드는 중장기 구상도 그렸다. 김 상무는 "앞으로 10년 뒤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산업의 테마는 기후 변화와 친환경"이라며 "첨단 기술과 연결지어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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