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더벨 경영전략 포럼]"기업 생존을 위한 핵심...ESG 중심 투자 확대"[종합]"ESG 정보공개 표준화, 경영·투자 더 활발하게 할 것"
이우찬 기자공개 2021-03-31 09:26:24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2019년 초 주주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반발했다. 주주들은 이에 엑손모빌을 '지구환경에 나쁜 기업'이라고 보고 지분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주가는 2019년 80달러대에서 지난해 9월 30달러대까지 곤두박질했다.#2.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평가받는 블랙록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동행하기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이사 선임 반대 등 기업 의사결정에 개입(Engagement)하기 시작했다.
ESG는 점차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메이플홀에서 열린 '2021 더벨 경영전략포럼' 역시 ESG와 기업의 생존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생존의 시대, ESG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발표자들은 ESG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기업환경이 바뀌었다는데 공감했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투자정책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 자본시장의 투자자를 중심으로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기업의 재무성과와 수익 극대화가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요소였다면 현재는 ESG 등 비재무성과와 위험관리가 투자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더벨의 이번 경영전략포럼 주제에 '생존'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기업이 살아남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날 포럼은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표자로는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원장, 남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소셜밸류위원회 소셜밸류추진팀 담당 부사장,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1세션 발표자로 나선 신진영 원장은 투자자들의 요구 때문에 기업들이 ESG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UN PRI(책임투자원칙)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2400여개 주요기관투자가들이 가입했으며 이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전 세계를 커버한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돈을 대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게 고려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돼 있는 ESG를 기업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재인 부사장은 SK그룹 사례를 설명하며 진정한 ESG의 가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남 부사장은 "대부분 ESG가 기업이 평가를 잘 받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은 ESG 전략에 있다"며 "ESG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이어지는 게 진정한 ESG경영"이라고 말했다.
박천웅 대표의 경우 ESG 펀드의 장기성과가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ESG가 기업경영의 장기적인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ESG를 포함한 비재무정보 공개의 표준화 작업 중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ESG 평가, 측정을 위한 표준화 도구는 필요하지만 기업들의 비재무정보의 일관성 있는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중 ESG 경영에 한발 앞서있는 SK그룹의 ESG 평가 내부기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남재인 부사장은 "ESG 평가 측정은 글로벌 기준이 없는 상황으로 사회적가치 등 비재무적 요소는 재무요소처럼 정량화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세계적으로 정량화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SK의 경우도 글로벌 기업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ESG 평가의 정량화,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도 언급했다.
신 원장은 ESG 평가 표준화를 위해서는 비재무정보 공개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비재무정보가 제대로 공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ESG 평가 표준화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보공개의 표준화, 일관성 이슈가 더 시급하다"며 "비재무정보 공시가 표준화되면 자본시장에서 ESG 평가 역시 상당히 일관성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그러면서 "비재무 정보에 대한 공시는 앞으로 더 정비돼야 한다"며 "ESG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검증되는 절차가 정교해지면 ESG 경영과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유가증권 상장사들인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ESG 평가를 공공기관,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 원장은 "ESG 평가가 대기업 위주로 돼 있는 게 현실이지만 ESG이슈는 대기업에 국한돼 있는 건 아니다"라며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ESG 경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환경·사회 이슈에서 전향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공공기관 재배구조 평가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 900만명 시대를 맞아 소액투자자들에 대한 ESG 관점에서의 투자 조언도 나왔다. ESG 관점에서 투자성과를 결정하는데 ESG 평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천웅 사장은 "최근 2~3년간 데이터를 보면 ESG등급이 높은 기업이 성과가 좋다"면서 "그러나 ESG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 수익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ESG 요소 외 기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사장은 "좋은 기업이라면 ESG 정책에 더 신경을 기울일 것"이라며 "재무가 튼튼하고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 ESG 요소를 경영에 선도적으로 반영한다면 ESG가 경영성과와 통합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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