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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한글과컴퓨터]'그룹사' 성장 고민 담긴 신규 사외이사 라인업②김재용 변호사·황성현 대표 신규선임…준법경영, 조직체계 정비

윤필호 기자공개 2021-04-06 08:59:1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1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는 현재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 등으로 풍파를 겪었다. 이 같은 과거 때문에 김 회장은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10여년간 2명의 사외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그동안 사외이사직은 윤석기 이사와 신용섭 이사가 맡았는데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교체됐다. 신규 사외이사 라인업에는 한글과컴퓨터가 한컴그룹에서 구심점을 갖고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한글과컴퓨터는 30일 정기 주총에서 김재용 법무법인 남강 대표 변호사와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했다. 기존 사외이사인 윤석기 리인터내셔날 법률사무소 고문과 신용섭 코드게이트보안포럼 이사장은 물러났다. 윤 이사와 신 이사는 각각 2015년 3월과 2016년 3월에 신규로 선임됐다. 윤 이사는 임기제한인 6년을 모두 채웠고, 신 이사는 아직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함께 물러났다.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 김재용 대표변호사와 황성현 대표의 면면을 보면 한글과컴퓨터가 향후 지속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김 변호사 추천 사유로 법률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조언과 감독기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황 대표에 대해 인사전문가로서 HR 분야에서 깊은 이해도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사회 의사결정과 조언, 감독기능을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SK네트웍스를 비롯해 구글코리아와 카카오 등 국내외 정보기술(IT)과 서비스 기업에서 HR을 전문적으로 담당한 조직문화 전문가다. 빠르게 성장하는 한글과컴퓨터가 규모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갖출 수 있도록 조언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외이사로 영입했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2004년 국토교통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다. 이듬해 신한은행, 외환은행, KB국민은행에서도 자문을 맡는 등 IT와 금융 분야에서 법률 전문가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사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2007년에는 동성화인텍 사외이사도 역임했다. 한글과컴퓨터에서는 김 대표변호사가 법률 전문가로서 이사회의 투명성 확보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조언과 감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김상철 회장은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하고 이사회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특히 2010년 12월을 기점으로 사내·사외이사를 모두 신규 선임했다. 이때 사외이사를 두 명으로 고정한 이후 지금까지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 체제가 들어서고 초기 사외이사 진영은 주로 관료와 정보기술(IT) 분야의 학계 출신으로 꾸렸다. 첫 타자로 엘리트 관료 출신인 배선영 한양대 교수와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를 선임했다. 이후 1년만인 2011년 4월 배 이사가 사임하면서 김도영 한양대 교수를 선임했고 이듬해 정 교수가 물러나고 대신 기업인 출신의 상두환 마벨테크놀러지 고문이 들어왔다. 김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퇴임하면서 그 자리에는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선임됐다.

2015년 3월 상두환 고문을 대신해 윤석기 고문이 이사로 선임됐고, 이듬해 최 전 장관을 대신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을 역임한 신용섭 이사장을 뽑았다. 그동안 사외이사는 대부분 2~3년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지만 윤석기·신용섭 사외이사 라인은 올해 3월까지 5~6년 동안 안정적으로 이사직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당시부터 김 회장의 한글과컴퓨터 지배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신규 사외이사 선임은 한글과컴퓨터가 안정기를 넘어 재도약기를 준비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피스 제품을 통한 확고한 입지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4차산업의 진화에 발맞춰 계열사들과 함께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에 걸맞은 이사회 진용을 갖추며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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