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에도 생애주기가 있다. 초기기업인 아기 때부터 외부의 보살핌을 받고 두 발로 걷는다. 이후 다양한 성장과정을 거친 뒤 성인으로 거듭난다.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하며 성장을 거듭한다. 기업가치 1조원에 달하는 유니콘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한다.스타트업 투자는 시드(Seed) 라운드 이후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벤처캐피탈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시리즈A·B·C가 대표적이다. 시리즈A 10억원, B 100억원, C 100억원 이상 등 점차 규모가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회차에 따라 A·B·C 단계를 관행적으로 나눈 것이 기준이 됐다.
다만 각 시리즈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저 투자 회차에 따라 명칭을 붙이는 식이다. 스타트업마다 같은 시리즈 라운드라고 해도 투자 유치 규모가 들쑥날쑥한 이유다. A·B·C 3단계뿐만 아니라 프리(Pre) 시리즈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리즈A를 받기 전에 프리시리즈A 투자를 받거나 시리즈B를 받기 전에 브릿지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벤처투자업계에선 혼선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령 이미 시리즈A를 받은 피투자사는 몸집이 시리즈B에 도달했음에도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시리즈A 브릿지 라운드를 연다. 밸류에이션을 조정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투자를 유치한다. 반대로 시리즈A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시리즈A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처캐피탈마다 인지하는 라운드가 제각각이다. 투자기업을 홍보할 때도 각자 말이 달라진다. 투자사와 피투자사 모두 헷갈려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여러 투자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클럽딜이 아닌 이상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이처럼 유동적인 기준 때문에 업계에선 통일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투자계약서에 있다. 미국의 경우 투자 시 투자계약서에 시리즈 라운드를 정확히 명기한다. 반면 국내에선 시리즈 라운드를 명기하는 칸이 따로 없을뿐더러 미국처럼 표준화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 따라 계약서를 새로 꾸리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손잡고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 등 관련된 법령을 반영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겪는 불공정 투자계약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주로 담길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시리즈 라운드 표준화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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