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백기사로 투자한 OCI 지분 3년만에 빛보나 이우현 부회장 상속과정서 지분2% 매입… 평가차손 이어지다 반등 눈길
김혜란 기자공개 2021-04-21 08:29:2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전략적으로 투자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의 지분가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실트론은 3년 전 이우현 OCI 부회장의 상속 과정에서 '백기사'로 나서 OCI 지분 2%를 취득했는데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평가차손을 기록해 왔다.최근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이 크게 확대되면서 실트론의 보유지분에 대한 평가이익도 개선되고 있다. 당시 지분 투자는 OCI에 대한 백기사 역할과 반도체 폴리실리콘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결정이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상 SK실트론의 OCI 지분 가치는 약 44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OCI의 주가는 40% 이상 뛰었다. SK실트론의 OCI 지분도 그만큼 가치가 올랐다.
실트론의 OCI 지분은 약 2% 규모이며 최초취득금액이 755억원이었다. 장부가 기준으론 40% 이상 쪼그라든 상태지만 최근 주가 반등과 올해 전망을 감안하면 평가이익 국면 돌입도 멀지 않았다.
SK실트론이 OCI 지분을 취득한 시점은 2018년 4월이다. 오너 3세 이우현 부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지부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를 실트론이 사들였다. SK실트론 입장에선 반도체 웨이퍼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OC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공급처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웨이퍼 재료를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상속세 납부용 재원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OCI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실트론의 보유지분가치가 지난해 1분기엔 166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을 기면서 OCI에도 타격을 줬다.
물론 OCI 평가이익이 SK실트론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OCI의 지분가치는 연결 재무제표에서 비유동자산 중 장기투자증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기손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다. 향후 지분을 매도하더라도 손익과는 관계 없고, 투자차익이 있을 경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반영된다.
또 공급처 다변화 차원에서 OCI와 전략적으로 협업관계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는 게 SK실트론 측 설명이다. 지난해 SK실트론은 OCI와 2026년까지 약 2775억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로 윈윈하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SK실트론 측은 "폴리실리콘의 주요 매입처와 비중을 모두 밝힐 순 없지만, 공급처 다변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OCI가 품질 개선을 이루면서 지난해 OCI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주식에 투자한 것인 만큼, 투자기업의 주가 흐름도 무시할 순 없다. 언젠가는 엑시트 플랜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이익도 의미가 있다.
일단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악화일로를 걷던 OCI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 실적이 회복되면서 평가이익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공시된 OCI 평가이익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선 장부가 숫자가 상당히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OCI의 향후 성장 전망도 밝게 점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중국산 폴리실리콘 불매 움직임 등으로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호재가 많다. 올 들어 OCI는 태양광 웨이퍼 분야 글로벌 1위 기업 론지솔라로부터 1조원에 가까운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분야에서도 실트론 외에 대형수요처와 계약을 늘리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OCI 주가는 13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주요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17만원대로 제시하고 있다. OCI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지분을 사들인 것이 실트론 입장에선 일차적으론 사업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매개체가 됐다. 이를 넘어 투자차익에서도 성과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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