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스페셜리스트/노장수 이앤벤처파트너스 대표]투자 키워드 ‘천지인’…기본 충실한 기업에 베팅[ICT 서비스] 뱅크샐러드 등 킬러 BM 기업 발굴 백전노장…바이오 전문성 확장
양용비 기자공개 2021-04-26 09:45:56
[편집자주]
투자 유치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고민은 합이 맞는 투자자를 찾는 일이다.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다방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는 스타트업의 갈증을 해소해 줄 산업별 전문 투자가가 존재한다. 더벨은 산업별 전문가들을 선정, 이들의 투자 원칙과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년차 이앤벤처파트너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호시우보(虎視牛步)’다. 예리한 눈으로 산업을 바라보고 투자한 이후 우직하게 동행하며 성공의 때를 기다릴 줄 안다. 20년 넘게 벤처투자에 전념한 노장수 대표(사진)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하우스다.노 대표는 벤처기업의 성공 키워드를 ‘천지인(天地人)’으로 꼽는다. 열정을 가진 사업가(인·人)가 기업의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지·地)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에는 벤처캐피탈 등 상생과 협업이 가능한 네트워크도 해당한다. 이와 맞물려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天·천)을 잘 맞춰야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특기 투자 분야 : ‘뱅크샐러드 발굴’ IT 투자 백전노장…바이오·헬스케어도 보강
노 대표는 IT 투자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학사, 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후 입사한 곳이 LG전자 연구원(LG종합기술연구원)이다. 10여년간 신사업 부서에서 산업 경력을 쌓은 그는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2000년대 초반 벤처붐과 함께 그가 도전한 분야가 바로 벤처투자다. IT 대기업을 다녔던 경험을 살려 한국아이티벤처투자(키움인베스트먼트 전신) 심사역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 세계에 입문했다. 당시는 벤처붐과 맞물려 IT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성장하던 때였다.
이후 키움인베스트먼트와 이앤벤처파트너스에서 IT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자본을 던졌다. 수많은 IT 벤처기업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만큼 관련 분야 투자에 있어선 ‘백전노장’이다.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로 유명한 레이니스트도 그가 초기에 발굴해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노 대표는 “벤처캐피탈 시장이 변화하면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있다”며 바이오와 디지털이 융합되면서 이 분야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비투자 원칙 1순위 : 확고한 BM·핵심기술 보유 ‘성공의 열쇠’
그는 ‘기본’에 충실한 기업을 주목한다. 나름의 독창적인 기술이나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BM)을 보유한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은 향후 사업 피보팅을 하더라도 성공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T기업이라면 모름지기 ‘핵심 기술 보유’가 기본이라는 게 노 대표의 판단이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창업팀과 창업자가 어떤 마인드로 경영을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창업자인지 따져본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강하게 끌고 나갈 실행력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경영상 도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큰 기업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IR 과정에서 왜곡된 설명을 한다거나 경영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기업에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다. 초기 기업 때부터 형성된 경영진의 마인드가 기업가 정신의 뿌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밸류업 포인트 : 외로운 길 가는 스타트업 동행 파트너 지향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노 대표는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이지만 이앤벤처파트너스는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에 가깝다. 이앤벤처파트너스의 창업자인 노 대표가 피투자사의 고민사항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업에 수장으로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책임과 외로움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고민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라며 “경영상 고민이 있을 때 열정적으로 토의하고 걱정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존재가 진정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각 기업마다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결국 대표의 리더십으로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 힘을 보탤 수 있는 조언자를 지향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스토리 : 철학 녹아 있는 '뱅크샐러드·바이오니아'
레이니스트는 노 대표가 키움인베스트먼트 재직 시절 초기 투자한 기업이다. 당시 투자 유치에 나섰던 김태훈 대표의 열정은 아직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노 대표는 김 대표에 대해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전문성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한다.
노 대표는 “IR 과정에서 레이니스트에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질문을 많이 쏟아낸 적이 있었다”며 “김 대표가 다음날 해당 질문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걸 보고 무슨 사업을 해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2019년 20억원을 베팅한 분자진단키드 개발기업 ‘바이오니아’도 빼놓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다. 특출난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시장의 성장과 함께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다. 그의 투자 원칙인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 우직하게 때를 기다려 빛을 본 사례다.
바이오니아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와 맞물려 급성장했다.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던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1052억원을 기록하며 내실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영업이익률만 50%에 달한다.
그는 “바이오니아 뿐 아니라 나이벡(바이오), 디엔에프(반도체) 같은 기업도 원천 기술을 갖고 전문성을 오랫동안 축적한 기업”이라며 “당장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축적의 시간을 쌓아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향후 벤처기업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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