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한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진열대 안 수많은 상품 가운데 투명한 생수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해당 편의점이 출시한 무(無)라벨 생수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생수를 샀다. 라벨 없는 생수라는 ‘유일함’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다. 페퍼저축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ESG 경영에 소극적이다.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자체가 ESG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 아울러 당장 수익성이 나는 분야도 아닌 점도 작용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형 저축은행들도 내부 활동에서만 ESG 개념을 도입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지난주에서야 관련 행사를 열고 관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시장의 냉담한 평가에도 페퍼저축은행은 달랐다. ESG라는 개념이 국내에 막 자리 잡기 시작한 2019년 즈음부터 ESG 경영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듬해인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ESG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에 기반을 둔 모회사가 유럽 대륙에서 먼저 ESG트렌드를 확인했던 점이 주효했다. 기후협약을 비롯해 친환경에 대한 논의가 유럽에서 나오자 그룹 차원에서 ESG경영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내려왔다.

내부에서도 이를 타당한 전략으로 받아들였다. 저축은행 가운데 ESG 관련 상품을 내놓은 곳도 현재로서는 페퍼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발 빠른 ESG 행보는 최근 나름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담보대출의 경우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120억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다음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의 포럼에서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앞으로도 ESG 경영 기조를 이어간다. 시장의 선두에 선 김에 대세를 굳히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친환경 자동차·친환경 주택 담보대출 규모는 지금보다 더 키울 예정이다. 저축은행 내부에서의 친환경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무라벨 생수는 최근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라벨 없는 페트병의 유일함이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유일한 ESG 행보를 보이는 페퍼저축은행도 앞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