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코빗 재계약 여부 두고 '심사숙고' AML이슈 부담 vs 가상자산 신사업 필요, 엇갈린 의견
손현지 기자공개 2021-05-13 07:35:4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1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과의 실명 입출금계좌 개설 계약을 갱신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도입 이후 자금세탁방지(AML)관련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 관리 책임이 커진 탓이다.이에 비해 수수료 수익 등의 이점은 작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코빗과의 제휴관계를 계속 이어갈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7월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과의 실명 입출금 계좌 개설 재계약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를 과연 이어나가야 하느냐 자체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신한은행이 코빗과 손을 잡은 지는 어느덧 3년이 넘었다. 2018년 1월 처음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뒤 6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 갱신해왔다. 향후 가상자산 신사업 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코빗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한은행 내에 코빗과 제휴에 의구심이 제기된 계기는 지난 3월 '특금법' 개정안 도입이 발단이 됐다는 후문이다. 개정된 특금법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도 AML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거래소들은 전산 등 내부 운영부터 대주주 등에 문제가 없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시중 은행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제휴를 맺은 가상화폐거래소가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시 위험도를 판단해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른바 '거래소 검증'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만일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하고 발급해줬다면 그 책임 소재가 고스란히 은행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2017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해킹사고로 계좌 발급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당시 빗썸에서 약 3만10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국민은행은 보이스피싱이나 자금세탁 등 2차사고에 대한 우려로 빗썸과 제휴관계를 끊은 바 있다.
이에 신한은행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익에 비해 리스크 부담이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 신사업을 위해서는 3년이나 이어온 코빗과의 관계를 섣불리 끊을 수 없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코빗의 실사 업무까지 도맡게 된 AML 부서 입장에선 부담이 크지만 코빗과의 원활하게 소통하며 AML 관련 코칭을 하는 등 사전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코빗의 자금세탁 방지 관련 전산과 조직, 인력, 코인의 안전성, 재무안정성, 대주주까지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AML 관리 기준 대로라면 코빗 측에도 매우 높은 수준의 체계구축을 요구해야 한다"며 "코빗 또한 AML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시스템 및 조직 보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에 비해 수수료 수익이나 고객 계좌수의 이점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재계약을 불확실하게 하는 사유다. 신한은행이 코빗으로부터 수령받은 1분기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는 5200만원, 펌뱅킹 이용 수수료는 9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또 다른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은행인 농협은행과 케이뱅크가 취득한 수수료가 각각 16억원, 5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신사업 등을 위해 협력관계를 이어나가자는 의견도 상당하다. 신한은행은 작년부터 코빗 측과 가상자산 신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빗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코빗은 넥슨 지주사인 NXC가 인수한 가상자산 거래소다.
신한은행은 코빗의 AML관련 체계 보완을 요청한 상태를 지켜본 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KYC(고객확인) 매뉴얼·시스템 구축 △주의 인물 필터링 시스템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방법론 작성 △의심거래 보고체계 구축 △AML 점검 인원 확충 △임직원 전체 AML 교육과 경영진의 AML 마인도 제고 등을 주문한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할 의사결정을 내린 바 없다"며 "재계약까지 기한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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