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백오피스' 도전…회계·세무 '마중물'" [thebell interview]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가상자산 백오피스, 펀드 사무관리 규모 뛰어넘을 것"
허인혜 기자공개 2021-05-21 13:39:04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사무관리사 우리펀드서비스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백오피스 서비스에 뛰어든다. 국가와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인 가상자산의 가격을 일자별로 산출해 거래가를 제시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법인의 회계·세무처리가 첫 번째 목표다.가상자산 백오피스 서비스는 우리펀드서비스가 최초다.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사진)의 혜안이 발휘됐다. 취임과 동시에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년간 가상자산 사무관리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이달 디지털자산부를 출범시킨 우리펀드서비스는 가상자산 사무관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고 대표는 가상자산 백오피스 시장이 펀드 사무관리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8월 가상자산 투자 법인 회계·세무서비스 문 연다
우리펀드서비스는 8월부터 법인 고객에 대한 가상자산 백오피스 서비스를 개시한다. 국내 첫 가상자산 백오피스 서비스다. 가상자산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를 가리킨다. 정부는 가상자산을 화폐나 통화,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가상자산을 공식 명칭으로 지정했다.
첫 번째 단계는 가상자산의 거래가 산출이다. 가상자산은 국가와 거래소별로 거래 가격이 다르다. 고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크다보니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할 때보다 가상자산을 비싸게 거래하기도 하고, 국내 시장 안에서도 빗썸과 업비트, 지닥 등 거래소마다 가격이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기준 시간을 정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각 가상자산의 평균가를 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법인이 가격산출을 요청하면 일자별로 마감가를 계산한다. 0시 기준의 거래가격을 표기해주는 식이다. 데이터는 업무협약을 맺은 거래소 등에서 제공 받는다. 국내에서 법인 고객이 가장 많은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과의 공조가 힘이 됐다.
일자별 거래가를 확정하면 가상자산에 투자한 법인의 회계처리가 투명해진다. 현재 가상자산은 일반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금융자산으로서가 아니라 미술품과 같은 재화다. 평가 기준도 정확하지 않다. 마감일과 마감가가 없고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회계법인과 가상자산에 투자한 법인이 가치를 명확히 평가하기보다 적정 선에서 합의하는 수준에 그친다. 가상자산 가치평가의 바로미터가 없다보니 세무감사나 재무자료를 수기로 작성하는 법인도 상당하다.
거래가가 확정되면 객관적인 차익산출이 가능하다. 고 대표는 "회계나 세무 처리를 하고자 하면 취득가와 기준가 등 수익과 비용이 산출돼야 한다"며 "하지만 가상자산의 특성상 실시간 거래량이 많고 가상자산이 무형자산으로 구분돼 증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세무지원도 준비 중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돼 개인이 세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 쉽지 않다. 우리펀드서비스는 거래소 등과 협의해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검증과 과세 자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4분기 출범이 목표다.
◇사무관리 '경력직' 우리펀드서비스, 가상자산 백오피스 '저비용·고효율' 잡는다
펀드 사무관리사가 가상자산 백오피스에 도전한 배경은 전문성과 경험 덕분이다. 고 대표는 우리펀드서비스의 백오피스 인력과 시스템, 업력이 가상자산 백오피스 시장에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가상자산 투자 법인이 별도의 조직을 꾸려 회계·세무 기준을 마련하려면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펀드서비스는 이미 펀드 백오피스 영역을 구축해 뒀다. 인력과 시스템의 방향타만 틀어 가산자산에 활용하면 된다는 게 고 대표의 솔루션이다. 지난해 5월 디지털자산 TF를 구축했다. 솔루션은 그대로 적중했다. TF를 꾸린 지 1년만에 가상자산 백오피스 실무에 뛰어들만큼 성취가 빨랐다.
우리펀드서비스는 이달 디지털 자산부를 출범시켰다. 디지털 자산부는 우리펀드서비스의 내로라하는 부장단을 모아 만든 조직이다. 김길영 ICT본부 부장을 포함해 4명의 부장급 인력이 디지털 자산부에 소속돼 있다. 고 대표는 "전산·IT와 기획, 마케팅, 세법 등 각 부문별 베테랑만 모았다"며 "가장 우수한 부장급 인력만 선별해 디지털 자산부에 대한 자신이 있다"고 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펀드 사무관리 시스템을 가상자산 가치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펀드서비스의 시스템 역량으로는 거래 데이터뿐 아니라 그동안 쌓여있던 로그 데이터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고 대표는 말했다. 2014년 차세대 시스템을 갖추며 기술적으로도 한발 앞서 있다.
'제3자의 눈'으로 가치를 평가하기에도 사무관리사가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고 대표는 기준가와 취득가를 산정하는 주체가 가상자산 투자법인이나 거래소 등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돼야 한다고 봤다. 제3자 검증프레임을 거치면 플레이어들의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고 대표는 전망했다.
◇우리펀드서비스, '가상자산 사무관리'로 정체성 확대 노린다
가상자산에 대한 백오피스 서비스는 우리펀드서비스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고 대표가 취임 직후 디지털자산 TF를 꾸린 뒤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고 대표는 우리은행 시절에도 'Woori 혁신 TFT'를 이끄는 등 신규사업과 조직혁신에 의지가 뚜렷했다. 지난해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 대표는 "차세대 수입원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관련 백오피스 서비스를 귀띔했다.
고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을 이제 부인하기 어려운 패러다임 변화로 봤다. 고 대표는 "가상자산이 사기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는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부동산시장이 있듯 가상자산 시장이 태어나고 있다는 관점 아래 운동장이 형성되는 시점에 우리펀드서비스가 뛰어들어야 한다고 봤다"고 답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법인 고객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투자 펀드, 개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이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비중을 차지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게 고 대표의 판단이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의 비율을 5~10%까지 유지하는 곳은 없다"며 "반면 유럽 등 금융 선진국가의 투자 전문사들은 이미 투자 포트폴리오의 10%를 가상자산으로 채우고 있어 앞으로의 시장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세청과 금융당국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가상자산 백오피스 서비스를 지켜보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제3자검증과 회계처리에 나서면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부과와 시장 투명성 확보 등이 논의될 만큼 가상자산은 정부차원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수익에도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고 대표는 가상자산 백오피스 서비스로 2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펀드 사무관리사로서의 정체성을 아예 확장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 대표는 "1~2년 내에 현재 우리펀드서비스의 고유 업무인 펀드 사무관리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은 금액을 가상자산 백오피스 부문에서 성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게 된다면 지주 차원에서 우리펀드서비스의 영토 확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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