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옛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조기 엑시트를 하게 된 재무적투자자(FI) 들에게 기존에 약속했던 수익률을 보전키로 해준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간접투자자로 참여한 SK하이닉스가 언젠가는 키파운드리를 완전히 가져갈 것으로 예상해 왔다. 다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 기존 계획과는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FI들에 일정부분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사모투자합자회사(매그너스PEF) 측과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매그너스PEF는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알케미스트)와 그래비티프라이빗에쿼티(그래비티PE)가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 위해 세운 PEF다.

알케미스트와 그래비티PE는 지난해 9월 인수대금과 퇴직충당금 등을 포함해 키파운드리를 총 4억3500만 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 완료했다. 2019년 3월 SPA를 체결한 데 이어 9월 1일 최종 딜이 종결됐다.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PEF에는 SK하이닉스가 '50%-1주'를, 새마을금고가 '50%+1주'를 출자하면서 LP로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2073억원을 투입, PEF의 지분 49.76%를 보유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키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핵심투자자로 참여하자, 업계에서는 결국 완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겨 왔다. 실제로 이 딜에서 SK하이닉스는 3년후 일정 가격으로 나머지 지분을 살 수 있는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 딜이 종결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조기 인수를 원하게 됐다. 이 결정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급 현황 변화에 기인한 면이 크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확산되면서 키파운드리의 몸값도 상당히 올라갔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 발표하며 적극 육성 기조를 피력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이같은 기조에 화답하는 액션을 보여줬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키파운드리의 조기 완전인수로 가닥을 잡은 SK하이닉스는 원만한 딜 추진을 위해 이를 운용하고 있는 FI들과 또 다른 출자자인 새마을금고와의 협의를 시작했다. FI들은 지난해 키파운드리 인수 때 자문을 받았던 삼성증권과 광장 등을 선임해 이번 조기 엑시트 건에 대한 협의에 임하고 있다. FI와 새마을금고는 당초 3년간의 운용으로 8~9%의 목표수익률을 예상하고 이번 딜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FI와 새마을금고가 조기 엑시트에 동의하더라도 이같은 수익 목표를 어느정도 보장받기 원할 유인이 크다. SK하이닉스도 이같은 입장을 고려해 기대했던 3년치 수익을 일정부분 보전해 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업체다.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 반도체가 됐다. 2004년 하이닉스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해 매그나칩반도체로 바뀌어 해외투자자를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이 보유한 충북 청주의 파운드리 시설을 떼어내 새로 설립한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