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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토종 패션기업]75년 역사 BYC, 애국기업서 국적논란까지②특수관계 '내부거래 지출' 연간 207억, '창업주→가족회사' 최대주주 변경

김선호 기자공개 2021-05-27 08:24:20

[편집자주]

하얀 메리야스와 빨간 내복은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상품들이다. 국내 패션산업의 근간이자 토종업체들이 지금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옛 명성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온 국내 패션업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내의시장을 대표하는 BYC의 성장은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관계사의 증가로 이어졌다. BY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만 10곳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최근에는 이를 활용해 오너 3세로 승계를 이뤄내기도 했다.

창업주인 한영대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에 1946년 한흥메리야스 공장을 세우면서부터 BYC가 시작됐다. 이후 전신인 한흥산업이 1955년 설립됐다. 한흥메리야스 공장 건립을 기준으로 하면 BYC는 올해로 7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올해부터는 BYC의 최대주주가 관계사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됐다. 남호섬유의 최대주주가 오너 2세 한석범 사장이라면 신한에디피스는 그의 아들 한상우 상무가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업체다. 이를 통해 오너 3세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다.

◇"국가·사회 이바지"…'애국 기업' 자리매김

“내의 산업에 헌신해 국민의 의생활 발전에 기여하겠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피폐해진 가운데 한 회장은 이와 같은 경영 방침을 세우고 내의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설립 이념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BYC의 윤리강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회장은 양말 편직기를 개조해 메리야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양말을 짜듯 내의를 편직해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국내 최초의 메리야스 편직기를 완성해냈다. 나름의 자체 기술은 '백양'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1963년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와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초창기 1만5000달러였던 수출액은 1970년 100만달러, 1973년 700만달러로 증가했다. 1976년에는 1000만달러 수출액을 달성하면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해 1987년 수출탑을 받았다.


국내 자본, 기술, 노동이 집약된 BYC의 성장 속에서 ‘한국’을 빼놓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한흥산업, 한흥물산, 백양, 이어서 BYC로 간판을 바꾸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애국기업’ 중 한 곳으로 자리했다.

70년이 넘도록 내의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BYC의 관계사도 덩달아 늘어났다. 대부분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섬유, 봉제 등의 제조·생산과 광고, 도소매업을 하는 업체였다. BYC의 199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관계사만 22곳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BYC의 최대주주는 한 회장(36.43%)이었다. 이외 특수관계인 한기성, 한남용, 한석범, 한지형, 한민자 씨 등 오너일가 개인과 관계사가 보유한 지분을 합산할 경우 46.73%에 이르렀다.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관계사는 내부거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비용 부담 큰 '내부거래', 지배 정점 '외국인 오너3세'

BYC는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경영진 등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등 유의적인 영향력을 지닌 기업으로 남호섬유 외 17개사를 인식했다. 이들과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은 지난해 6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내부거래 비용으로 계상된 금액은 207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BYC로서는 관계사와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보다 지출이 더 컸다. 반면 채권·채무 거래를 보면 BYC의 채권 금액이 채무보다 적었다. 지난해 BYC가 관계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채무)은 93억원인 반면 채권 총금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비춰보면 관계사는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금을 BYC에 대출해 금융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관계사는 오너 2세에서 또다시 최근 오너 3세로 승계를 이뤄내는 데도 활용됐다. BYC의 최대주주가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되면서다.

BYC의 최대주주는 2003년 남호섬유에서 신한방으로, 2016년 신한방에서 남호섬유로, 올해는 남호섬유에서 신한에디피스로 변경됐다. 모두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이를 통해 오너일가는 BYC그룹의 지배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때문에 토종업체로 자리했던 BYC가 국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 오너 3세 한 상무는 지난해 국적이 한국이 아닌 캐나다로 변경 표기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75년 동안 유지된 오너경영의 한 단면이다.

BYC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세계 23개국에 수출하면서 해외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오너 3세의 국적이 캐나다로 돼 있지만 BYC의 설립 이념과 경영 방침 등의 본질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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